[DBR/푸드앤비즈]지열 활용한 30만㎡ 파프리카 농장… 에너지비용 0 눈앞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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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첨단 유리온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50여 분을 달리면 첨단 유리 온실 단지인 애그리포트 A7이 나온다. 필자는 올해 1월 이 유리 온실 단지에서 30만 m²에 달하는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 중인 베주크 부부를 찾아갔다.

베주크 부부의 파프리카 농장은 그 규모에서부터 필자를 압도했다. 11m 높이 온실의 천장까지 올라간 파프리카 줄기도 신기했지만 줄기에서 파프리카 열매를 따는 행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과업(운반, 세척, 포장 등)이 기계화돼 자동으로 제어되고 운영되고 있는 점이 특히 놀라웠다. 하루 최대 30t의 파프리카가 이곳에서 출하되고 있었다.

파프리카 농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이미 적용돼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었다. 수십 개의 외부 센서는 수초 단위로 외부 환경을 측정해 외부 온도, 풍향과 풍량, 일조량과 일조 방향 등을 수집한 후 그 값을 서버로 보낸다. 서버에서는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음과 동시에 온실 내부에 설치된 수백 개의 센서와 서로 통신하며 최적의 제어값을 뽑아낸다. 온실 내 온도, CO₂ 농도, 습도, 흙 없이 자라고 있는 파프리카의 뿌리가 담겨 있는 양액기 속의 양액 배합과 농도를 체크하고, 또 제어한다. 온실 내에서 로봇들은 끊임없이 굴러다니며 일하고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쌓으며 데이터 사이언스 관점에서 농업을 분석한 네덜란드의 첨단 유리 온실의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네덜란드 농업이 이제 효율화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는 점이다. 온실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베주크 부부 농장도 수년 전까지는 천연가스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조달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지열 발전에 투자해 땅속 2.5∼2.7km까지 구멍을 파고 뜨거운 물을 끌어올려 온실 온도 유지에 사용한 후 다시 이 물을 땅속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50% 가까이 절감했다. 지열 활용을 위해 파이프 구멍을 뚫는 비용은 약 700만 유로(약 92억 원). 이 돈은 EU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또 인근 공단에 이산화탄소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식물 생장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도 무료로 공급받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의 파프리카 첨단 유리 온실의 변동 운용 비용은 대략 인건비가 3분의 1, 에너지 비용이 3분의 1, 기타 비용이 3분의 1로 구성돼 있다. 베주크 농장은 에너지 비용을 0으로 줄이는 데 도전 중이다. 네덜란드발 첨단 농업의 방향성이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 극대화에서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지속 가능성’이라는 이슈가 글로벌 기업을 넘어 농업에서도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Food Biz Lab 연구소장 moonj@snu.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지열 활용#파프리카 농장#에너지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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