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배달 공룡’ 되나… 시장 장악 움직임에 배달앱업계 ‘고사’ 위기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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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배달의민족’을 앞세워 모바일 앱에서 음식 주문부터 결제(네이버페이)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편하자 다른 배달 앱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하는 우아한형제들에 350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5%를 확보했다.

11일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자사 모바일 앱에서 ‘○○치킨’ ‘○○피자’ 등을 치면 배달의민족(회사명 우아한형제들) 데이터베이스(DB)인 해당 업소의 메뉴판이 검색 상단에 나오도록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바꿨다. 해당 메뉴판을 클릭한 뒤 배송받을 주소를 지정하면 배달의민족 웹페이지로 자동으로 넘어가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이는 네이버가 지난해 12월부터 배달의민족 가맹점 및 메뉴 정보 DB를 공유 받아 네이버 플레이스(네이버 앱상의 지도에 음식점 등이 표기되는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배달의민족에 유료 광고를 하면서(유료 가맹점주는 5만 개, 유·무료 총 가맹점 수는 18만 개) 동시에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된 음식점들은 현재 네이버 모바일 검색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경쟁 배달 앱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배달의민족에 유료 광고를 하면 별도의 수수료 없이 네이버 검색에 노출될 수 있어 경쟁사들은 기존에 확보한 가맹점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114 등 중소형 배달 앱들은 “1등 포털이 배달 앱 1등 사업자와 서비스를 연동하고 있어 영세한 배달 앱 사업자들은 불리한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네이버는 모든 배달 앱 업체가 네이버와 연동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며 “어떤 사업자라도 배달의민족처럼 배달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난관이 적지 않다.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알피지코리아도 네이버와 서비스 연동 협의를 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자사 플랫폼에서 구현되는 서비스에 수수료를 물릴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이를테면 배달의민족은 일부 가맹점으로부터 선(先)광고비를 받아 자신의 앱 상단에 노출해 주는 비즈니스모델(BM)을 취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고객이 네이버 플랫폼에서 결제할 때 가맹점이나 이용자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수익에 영향이 없다. 반면에 요기요, 배달통 등은 주문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네이버 플랫폼에서 결제가 일어날 때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알피지코리아 관계자는 “네이버 정책을 따르려면 수익모델을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 “이는 사실상 네이버에서 투자 받은 회사 말고는 네이버 플랫폼 연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고 상품을 상단에 노출해 주는 것 자체가 소비자 오인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의민족 광고주의 상품을 네이버가 소개해주는 셈인데 소비자들이 이를 광고가 아닌 정보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문제”라며 “서비스에 소비자의 알권리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치킨, ○○피자를 주문하고 싶어서 검색한 이용자에게 광고주의 해당 상품을 보여주는 것은 정보를 주는 행위여서 소비자 오인의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실 관계에 대해서 확인을 못 한 상태”라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경우 직권 인지해 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배달 사업 진출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네이버톡톡(채팅봇) 간편주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버거킹, 도미노피자 등 대형 프랜차이즈 7곳의 주문, 결제가 가능한 상태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네이버#배달의 민족#배달#앱#네이버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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