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당일 최순실 靑방문 밝힌 결정적 단서는 이영선 터널 통과-김밥 결제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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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오후 2시 15분 최순실 오자 침실서 나와 ‘5인 회의’ 열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제안한 인물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였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사고가 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2시 15분 최 씨가 ‘A급 보안손님’으로 관저에 들어왔다. A급 보안손님은 검색 절차 없이 차를 타고 청와대 관저 정문을 통과해 마당까지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다. 최 씨를 비롯해 비선 진료를 한 의사 김영재 씨와 부인 박채윤 씨 등 3명이었다. B급 보안손님은 검색 절차 없이 관저 정문까지만 차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며 기치료사 오모 씨 등이었다.

침실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은 관저 내실에 딸린 회의실에서 최 씨와 안봉근 전 비서관(52·구속 기소), 정호성 전 비서관(49·구속 기소), 이재만 전 비서관(52·구속 기소) 등 ‘문고리 3인방’과 함께 ‘5인 회의’를 열었다.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께서 중대본에 가시는 게 좋겠다”는 몇몇 수석들의 의견을 최 씨에게 전했고, 최 씨가 운을 떼자 박 전 대통령이 중대본 방문을 결정했다.

약 30분간의 회의가 끝나고 2시 53분경 윤전추 전 행정관(39)은 미용사인 정매주 씨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청와대로 올 것을 요청했다. 윤 전 행정관은 “많이 급하십니다”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머리 손질을 마친 박 전 대통령은 오후 4시 33분 관저를 출발해 오후 5시 15분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중대본에 도착해 상황보고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학생들이 다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 중대본을 중심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6시 관저로 복귀해서도 집무실로 가지 않고 계속 머물렀다.

당시 최 씨의 청와대 출입 사실은 이영선 전 행정관(39·구속 기소)의 카드 결제 및 차량 통행 기록에서 수사 단서가 나왔다. 최 씨를 데리러 간 이 전 행정관의 차량이 오후 2시 4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최 씨를 태우고 청와대로 올 때와 오후 5시 46분 최 씨를 신사동으로 데려다주고 복귀할 때 남산1호터널을 통과한 기록이 남았던 것이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신사동으로 갈 때는 길이 막혀 남산1호터널을 이용하지 않고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앞 순환도로로 돌아갔다. 이 전 행정관이 강남에서 최 씨를 태우기 전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김밥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도 증거로 남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고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한 외부인의 관저 방문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세월호#박근혜#최순실#이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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