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은퇴자금, 용도별로 저장해 관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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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은행 계좌, 증권 계좌, 연금 계좌, 보험 계좌 등 계좌를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다. 이런 계좌들은 각각 분리돼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 생활비가 부족해도 우리는 연금이나 보험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에는 손을 잘 대지 않는다. 대신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카드 단기대출을 활용해 급전을 융통한다.

각 계좌에 들어 있는 돈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생활비 계좌에 들어 있는 100만 원은 꼼꼼히 따져가며 지출하는 반면 보너스 등으로 생긴 100만 원으로는 고급 외투나 고가의 신발을 주저 없이 구매한다. 같은 10만 원을 지출하더라도 현금으로 계산할 때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반면 신용카드로 지불할 때는 심적 불편함이 적은 것도 유사한 현상이다. 이 모든 일은 심리회계(mental accounting)라는 인지적 습관 때문에 생긴다.

은퇴와 그 이후의 시기는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다.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존엄한 노후의 삶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의 교직원퇴직연금(TIAA)의 수석소득전략가인 D. 가닉은 은퇴 후 삶에 대비한 자산관리의 핵심을 심리회계의 관점에서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돈의 출처는 심리회계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주관적 기준이다. 예컨대 유산이나 도박으로 생긴 100만 원과 열심히 일해서 번 100만 원은 사실 금전적 가치에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전자의 가치를 후자보다 훨씬 가볍게 여긴다. 도박해서 번 돈 100만 원으로는 고가의 사치품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지만 월급에서 100만 원을 꺼내 고가품을 사는 행위는 잘 하지 않는다.

심리회계를 잘 활용하면 은퇴 후 자금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금을 목적별로 분리 저장해 자금 간 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의식주 자금, 건강 자금, 여가와 취미를 위한 자금 등 목적별 자금을 준비하고, 각 계좌를 별도로 관리하면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느 계좌를 먼저 활용할지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아울러 자산을 낭비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경영#은퇴자금#용도별#저장#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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