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클릭! 재밌는 역사]2018 월드컵 열리는 러시아,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 자부심 넘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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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동북쪽에 위치한 블라디미르의 드미트리 성당은 1194∼1197년 사이에 건축됐다. 러시아 초기 성당 중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환병 교사 제공
러시아 모스크바 동북쪽에 위치한 블라디미르의 드미트리 성당은 1194∼1197년 사이에 건축됐다. 러시아 초기 성당 중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환병 교사 제공

가장 규모가 크고 관심이 많은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는 여름올림픽과 겨울올림픽 그리고 월드컵입니다. 얼마 전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났습니다. 2020년에는 도쿄 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열립니다. 동아시아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연달아 열리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컬링,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새로운 분야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새로운 분야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메달을 따는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점점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이제 6월이 되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시작됩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점점 국민들의 관심이 월드컵으로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개최국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러시아,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이다

오늘날 러시아는 드네프르강 상류에 위치한 키예프 공국에서 시작됐습니다. 키예프 공국의 블라디미르 왕은 988년 비잔틴(동로마) 제국의 그리스 정교를 국교로 받아들입니다. 지배자의 종교가 모든 국민의 종교가 되는 시대였습니다. 키예프 공국의 모든 사람들은 그리스(동방) 정교로 개종했습니다. 당시 블라디미르 왕은 유대교, 로마 가톨릭, 이슬람교, 그리스 정교 중에서 어떤 종교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였고, 이러한 사실은 러시아 역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국 정교회 대성당(성 니콜라스 대성당). 국내에는 2000여 명의 정교회 신자가 있다. 교회 건물은 비잔틴 양식의 영향을 받아 중앙에 둥근 돔이 설치됐다. 이환병 교사 제공
서울 마포구의 한국 정교회 대성당(성 니콜라스 대성당). 국내에는 2000여 명의 정교회 신자가 있다. 교회 건물은 비잔틴 양식의 영향을 받아 중앙에 둥근 돔이 설치됐다. 이환병 교사 제공

여러분은 그리스 정교가 좀 생소할 겁니다. 놀랍게도 현재 전체 정교 신자는 약 2억5000만 명에서 3억 명 정도라고 합니다. 정교는 러시아 지역에 정착하면 러시아 정교, 한국에 정착하면 한국 정교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도 정교회가 있습니다. 그리스 정교가 러시아에 들어온 이후, 러시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한마디로 말해 그리스 정교와 함께 비잔틴 제국의 문화가 러시아에 흘러들어와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선 996년 현재의 키예프에 정교회 교회가 처음으로 세워지고 이후 러시아 곳곳에 많은 교회가 들어섰습니다. 또 비잔틴 제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건축과 회화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11세기 중반에는 키예프와 노브고로트에 성소피아 성당이 만들어지고, 오늘날까지도 러시아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됩니다. 그 밖에 키예프 근교의 페체르스키 수도원, 블라디미르의 우스펜스키 성당과 드미트리 성당 등도 세워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당들은 비잔틴 제국에서 유행한 프레스코화, 모자이크화 등으로 건축물의 내부를 아름답게 장식했습니다.

그리스 문자의 영향을 받은 키릴문자가 보급되면서 각종 종교서적을 포함하여 그리스와 로마의 많은 문헌들이 번역됐습니다. 이어 역사적 사건이나 각종 제도가 문자로 기록됐습니다. 특히 11∼12세기경에는 성서 설화 모음집, 성자들의 이야기 등이 출판되고, 문학작품으로는 ‘이고리 공 원정기’ 등이 출판됩니다. 이러한 문자 보급이 토대가 돼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 위대한 작가들이 19세기에 탄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와 성모,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형상을 그린 것을 이콘이라고 한다. 중세 미술에서 이콘은 글을 모르는 민중에게 교리와 성인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하고 신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는 역할이었다. 블라디미르의 성모상은 12세기경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에서 여러 도시를 거쳐 현재 모스크바에 보관되어 있다. 이환병 교사 제공
예수와 성모,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형상을 그린 것을 이콘이라고 한다. 중세 미술에서 이콘은 글을 모르는 민중에게 교리와 성인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하고 신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는 역할이었다. 블라디미르의 성모상은 12세기경 비잔틴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에서 여러 도시를 거쳐 현재 모스크바에 보관되어 있다. 이환병 교사 제공

○ 모스크바, 제3의 로마로 칭해지다

발전하던 러시아는 13세기 몽골의 침입을 받았습니다. 이 시기에 남러시아 지역이 황폐해집니다. 그 대신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북동부 지역이 발전합니다. 다행히 몽골족은 기독교에는 관대했기 때문에 몽골 지배하에서도 러시아 교회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러시아 정교회는 모스크바 공국과 협조하면서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그 세력을 더 확대합니다.

15세기 중엽 이후 비잔틴 제국이 멸망(1453년)하고, 모스크바 공국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세력이 몽골의 지배로부터 독립(1480년)합니다. 이 시기부터 러시아 사람들은 모스크바를 제3의 로마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탈리아의 로마,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 이스탄불)은 멸망해 사라졌지만, 세 번째 로마인 모스크바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모스크바 공국은 점점 제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반 4세부터는 ‘차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차르라는 말은 로마 황제 카이사르에서 왔으며, 고대 러시아에서는 비잔틴의 황제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종교와 정치에서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라고 스스로 생각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라는 민족적 자긍심과 강력한 황제 권력을 중심으로 영토를 점점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이환병 서울 용산고 교사
#2018년 러시아 월드컵#그리스 정교#키예프 공국#모스크바#제3의 로마#모스크바 공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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