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 성우 권희덕, ‘최진실 목소리’ 주인공…‘700대1 경쟁률’ 뚫은 다재다능 ‘보이스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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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19일 0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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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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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급환으로 별세한 고(故) 권희덕 씨(62)는 외화 더빙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성우다. 잉그리드 버그먼·멕 라이언·린칭샤(林靑霞) 등 외국 인기 여배우의 목소리를 맛깔나게 연기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광고 목소리로 배우 최진실을 스타 반열에 올렸다.

1976년 동아방송(DBS) 14기 성우로 데뷔한 권희덕 씨는 수천편의 TV·라디오 CM과 외화·애니메이션 더빙 등에 참여하고 시낭송 음반을 냈다. SBS TV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의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코너 등에서도 활약하며 1980~90년대를 풍미했다.

권희덕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린이 프로그램 MC를 맡는 등 어려서부터 성우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이 같은 노력으로 7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동아방송 성우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1996년 한국방송대상 라디오 연기 부문 대상을 받는 등 능력을 인정 받았다.

권희덕 씨는 생전 대본을 읽고 연기하는 성우가 아닌 스스로 기획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보이스탤런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씨는 2005년 언론 인터뷰에서 “보이스탤런트는 다재다능한 ‘끼’를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자신만의 장기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희덕 씨는 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등에서 배우들이 성우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후배를 향한 격려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권 씨는 “성우의 위상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 “이제는 결국 보이스탤런트가 살아남는 시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아나운서조차도 망가져야만 인기를 얻는 시대이지 아니냐. 목소리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권희덕 씨는 16일 급환으로 별세했다. 유족으로는 남편 구자흥 전 명동예술극장 극장장과 아들 본혁(영국 브리스틀대 연구원), 본무 씨(나노신소재 근무)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발인은 19일 오전 9시 30분.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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