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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무료 수술, 베트남 마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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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무료 수술, 베트남 마음 열었다

노지현 기자 입력 2018-03-15 03:00수정 2018-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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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의 지방정부외교
파월 맹호부대 주둔했던 퀴논市, 1996년 방문해 자매결연 협약
학생 선발해 숙대유학 알선도… 노인층 한국에 대한 반감 씻어
올해로 5년째인 용산구와 순천향대병원 의료진의 베트남 퀴논시 백내장 진료 봉사 모습. 의료진은 25일부터 퀴논에서 4박 5일간 백내장 환자 약 300명을 수술한다(왼쪽 사진). 지난해 용산구가 퀴논에 세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베트남 사람들. 용산구 제공
서울 용산구 이태원 보광로59길에는 ‘베트남퀴논길’이 있다. 길바닥에 베트남 국화인 연꽃을 패턴화하고 가로등 기둥에 베트남 전통문양을 새겼다. 길 중앙 퀴논정원에는 농(베트남 전통 모자)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이태원이라서 거리마다 해외 도시 이름을 붙였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퀴논길에는 사연이 있다.

용산구와 베트남 중부 항구도시 퀴논(꾸이년)은 올해로 22년째 교류하고 있다. 인구 28만 명의 퀴논과 용산은 맹호부대를 매개로 한 ‘인연’이 있다. 맹호부대는 1948년 용산구 삼각지에 수도경비사령부라는 명칭으로 창설돼 6·25전쟁 때 수도사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파병돼 퀴논에 주둔한 맹호부대는 우리 관점에서는 위용을 떨쳤지만 퀴논 사람들에게는 공포와 원한의 대상이기도 했다.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후 용산구는 1996년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퀴논시를 찾았다. 과거에는 서로 총부리를 겨눈 악연이 있지만 ‘젊은이들을 위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보자’며 자매결연했다.

처음부터 우정이 피어나지는 못했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특히 퀴논 노인들 사이에서 많았다. 용산구는 ‘퀴논 마음 얻기’에 돌입했다. 장학사업을 벌였고 집도 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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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논이 용산구에 마음을 연 결정적 계기는 백내장이었다. 퀴논에는 따가운 햇볕에 오래 노출돼 백내장을 앓는 사람이 많았다. 이를 알게 된 용산구는 2013년 4월 퀴논백내장센터를 세운 뒤 매년 2차례 의료진이 가서 수술하고 현지 의료진에게 의술을 전수했다. 지난해 10월까지 2600명이 수술을 받고 실명할 위기를 넘겼다.

2012년부터는 퀴논 여학생을 용산구에 있는 숙명여대에 유학시키고 있다. 2016년 숙명여대를 졸업한 팜후인이꾸언(27), 보티홍프엉 씨(37)는 2012년 한국에 와서 한국어 연수를 1년 한 뒤 4년 만에 각각 경제학과와 생명시스템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모두 3명이 졸업했고 3명이 다니고 있다. 6월에 또 한 학생이 온다. 이들은 베트남으로 돌아가 교사, 공무원,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하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알려주는 메신저 역할도 한다.

지난해에는 퀴논에 세종학당을 세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에는 한류 관련 자료도 비치했고 한 달에 한 번 한국음식교실도 연다.

퀴논 사람들도 화답하고 있다. 2016년 퀴논의 한 거리를 ‘용산거리’로 명명했다. 이전에 ‘한국군 증오비(碑)’가 있던 자리에 양국 국기를 새긴 ‘우호교류 20주년 기념비’를 세웠다. 퀴논시청과 용산구청에서 각각 공무원 2명이 교환근무하기 시작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베트남 현지 기업연수단을 포함해 관광객 수백 명이 매년 용산구를 찾는다. 미래에는 용산과 퀴논뿐만 아니라 양국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의료진이 퀴논을 찾아 4박 5일 의료봉사를 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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