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새 여친 셋이 숨졌다… 연쇄살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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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자친구를 살해해 구속 수감된 30대 남성이 붙잡히기 전 다른 여자친구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남성이 사귀던 또 다른 여성은 비슷한 시기에 병으로 숨졌다.

14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실종된 지 8개월 된 여성 A 씨(21)의 시신이 경기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발견됐다. A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9월 7일부터 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경기도의 다른 도시에 살던 어머니는 의정부에 있는 A 씨가 두 달 넘게 전화를 받지 않자 뒤늦게 신고한 것이다.

경찰이 A 씨 주변 인물들을 탐문조사하고, 살던 집 근처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A 씨는 지난해 7월 13일 집 인근에서 CCTV에 찍힌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행적은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의정부와 서울을 오가며 보도방 영업을 하던 남자친구 B 씨(30·구속)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A 씨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B 씨와 교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에게 약 2000만 원의 빚이 있었고 지난해 7월 13일 이후에도 본 것 같다는 동네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잠적했을 확률이 높다고 봤다.

단순 실종사건으로 굳어지려던 순간, 지난해 말 B 씨가 서울에서 다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되면서 수사 방향에 변화가 생겼다. B 씨는 지난해 12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던 여자친구 C 씨(20대)와 강남의 원룸에서 말다툼하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앞서 도주한 B 씨는 인천의 모처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했다. 검거된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C 씨가 내가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 욕을 하기에 욱해서 살해했다”고 진술했지만 A 씨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경찰은 A 씨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시신이 있을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장소로 포천의 야산을 특정했다. 지난달부터 수색작업을 벌여 시신을 찾아냈다. A 씨는 여름옷을 입은 채였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B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비롯해 살해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말 부검 결과가 나오면 B 씨를 접견 조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B 씨와 사실혼 관계이던 여성 D 씨(20대) 역시 지난해 6, 7월경 병으로 숨졌던 것이다. B 씨가 C 씨를 살해하기 6개월 전이며 살해 이유로 든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D 씨였다. D 씨는 뇌출혈 증세를 보여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병원 측은 병사(病死)로 판정했고 시신은 화장됐다. 경찰도 사망진단서와 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병사라고 결론 내렸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A 씨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D 씨의 사인을 재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정부=남경현 bibulus@donga.com / 황성호 기자


#연쇄살인#여자친구#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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