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앞 지지자 한명도 안와… MB “하고 싶은 말 많지만 자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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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포토라인서 223자 입장문 발표… ‘정치상황 떠나 공정히’ 문장은 생략
자택 찾아온 측근들에 결백 강조… “내 삶과 주변관리 되돌아보게 돼”


14일 오전 9시 22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탄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 정차했다. 짙은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하늘색 넥타이를 맨 이 전 대통령이 차에서 내렸다. 착잡한 표정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강진구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고 내외신 취재진 100여 명이 둘러싼 포토라인에 섰다.

○ 두 번 고개 숙인 MB

이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한 말씀 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할 겁니다”라고 말한 뒤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A4용지 1장을 꺼내 들었다. 직접 작성한 대국민 메시지였다. 이 전 대통령은 꼿꼿이 선 채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침통했다.

메시지는 모두 6문장 223자였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말씀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와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문장 사이에 말하려고 작성해놨던 문안 ‘이번 일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떠나 공정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는 건너뛰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인 뒤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메시지 발표에 걸린 시간은 1분 10초였다.

○ 지지자 1명 없던 MB 자택 앞

이날 오전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은 한산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 참모진과 전현직 의원들이 자택에 들어갔지만 다른 지지자는 단 1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명박 구속’ ‘감방 가기 딱 좋은 날’ 등의 글이 쓰인 피켓과 현수막을 든 사람 5명은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개 중대 400명의 병력을 자택 주변에 배치했지만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지난해 3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자택을 떠날 당시 수백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던 상황과는 대조적이었다.


○ “부정한 정치자금 안 받았다” 주장

이 전 대통령은 자택을 찾은 자유한국당 권성동 김영우 의원과 이재오 조해진 전 의원,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과 차를 마시며 검찰 조사를 앞둔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나는 재벌로부터 부정한 정치자금을 받은 게 없고 대통령선거도 깨끗하게 하자고 강조하며 치렀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온 것을 계기로 주변 관리나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고, 며칠 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구속 기소) 등 검찰 수사에 협조한 측근들에 대한 관리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나 검찰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은 채 측근들의 격앙된 발언을 주로 듣고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가 잘할 테니 용기를 잃지 말고 잘 대처하라. 담담하게 조사를 받고 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71)는 자택을 떠나는 이 전 대통령에게 코트를 전해주며 말없이 배웅했다.

김윤수 ys@donga.com·최우열·전주영 기자
#이명박#지지자#검찰출석#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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