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극우당 ‘국민전선’, 깡패 등 적대적 이미지 쇄신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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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 대표 재선출… 변신 시도
당명 ‘국민연합’으로 바꿔 통합의지… “목표는 집권” 중도우파와 연대 모색
인종혐오 부친 명예총재직 박탈

11일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당 대표로 재선출된 마린 르펜이 “이제 우리의 목표는 집권”이라며 당명을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FN은 지난해 5월 대선 결선투표에까지 올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을 정도로 세력이 커진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정당이다. 하지만 집권하려면 보다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당명 변경을 결정했다. 르펜은 이날 북부 공업도시 릴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재선출된 뒤 “국민전선이라는 이름은 영광의 역사와 함께했지만 심리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전선은 반대의 뜻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이름 ‘연합’은 통합의 의지를 뜻한다”고 덧붙였다.

‘연합’의 이름 속에는 다른 당과의 연대 의지도 담겨 있다. 르펜은 “우리의 목표인 힘은 다른 정당과의 연대로 성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극우 동맹당이 4일 총선에서 18%를 득표했지만 우파 연합을 통해 집권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같은 맥락이다. FN이 염두에 두는 1차 연대 대상은 중도우파 공화당이다. 대변인이 즉각 부인했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공화당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티에리 마리아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FN은 진화해왔다. 협상이 가능한지 한번 보자”며 여지를 남겼다.

연대를 위해서는 FN의 오래된 적대적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게 르펜의 생각이다. 이는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한 아버지 장마리 르펜과의 결별로 이어졌다. 르펜은 11일 유대인 혐오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아버지의 명예총재직을 박탈했다. 프랑스 언론은 “FN이 외국인혐오증, 반유대주의, 깡패로 대표되는 악령 이미지를 지우는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르펜 역시 넘어야 할 숙제가 많다. 당내 골수 지지층의 반발이 심하다. 장마리 르펜이 당명 개정 작업에 대해 “정치적인 자살행위”라고 맹비난하는 가운데 11일 당원 조사에서 52%만 당명 개정에 찬성했다. 당명 변경은 전 당원이 참여하는 우편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극우당#마린 르펜#국민전선#재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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