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직장 4년차,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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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 4년차,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2.
“암 검사를 해보죠.”

지난해 말 병원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4년간 쌓인 직장 스트레스가 병이 된 걸까.
한 달 새 몸무게가 7kg이나 줄고 머리가 빠졌다.

#3.
당시 나이 28세.
암을 떠올리기엔 일러도 너무 일렀다.

정밀검사 결과는 ‘갑상샘 기능 항진증’.
암은 아니었지만 회의감이 밀려왔다.

#4.
2014년 공공기관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탄탄대로에 들어선 듯 했다.
하지만 쓰고 버려지는 ‘티슈 인턴’ 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5.
추가 수당을 주는 초과근로는 1년에 150시간만 인정한다.
이 기준을 넘어가면 야근을 해도 보상이 없다.
매일 같이 4,5시간 야근을 했지만 통장에 찍히는 돈은 월 130만 원에 불과했다.

#6.
그래도 하나 얻은 건 있다.
자기소개서에 ‘한달에 100시간씩 야근을 했다’고 적을 수 있게 됐다.

인턴이 끝난 뒤 A사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7.
여러 팀을 돌아다니며 배우는 직무교육(OJT)이 시작됐다.
새로운 팀에 갈 때마다 화려한 신고식이 이어졌다.
두 달 동안 40개 팀을 돌며 회식만 40번 가량 했다.

#8.
반복되는 회식으로 숙취가 감기처럼 따라다녔다.
한 선배는 “이 회사 다니면서 시력이 1.0에서 0.1로 떨어지고 원형탈모가 왔다” “아직 어리니까 워라밸을 찾아 떠나라”고 조언했다.

#9.
결국 2016년 대기업 B사의 신입으로 재취업했다.
워라밸을 존중하기로 소문난 회사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여러 명이 동시에 퇴사하면서 인력이 부족했지만 회사는 그 공백을 방치했다.
결국 신입인 내게 많은 일이 몰렸다.

#10.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온 건 그때였다.
감정 조절이 힘들었다.
길을 가다 나를 향해 재채기 하는 행인과 싸워 경찰이 출동했고
출근을 앞둔 어느 날은 눈물을 마구 쏟다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11.
4년간의 직장생활에서 얻은 건 무엇인가.
우울증과 공황장애, 갑상샘 기능 항진증, 만성 편도염…
그리고 몇 천만 원이 든 통장.

돈은 약간 벌었지만 건강과 행복을 잃은 채 20대 끝에 서 있다.

#12.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로 ‘건강’을 꼽았다.
(번아웃증후군 그래픽)

#13.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는 수면 부족을 거쳐 우울증, 불안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은 물론이고 유산 가능성도 있다.

“피로는 몸에서 휴식을 요구하는 경고등,피로를 무시하지 말고 증상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원본ㅣ김수연 기자
사진 출처l 동아일보DB·Pixabay
기획·제작l 김아연 기자·김채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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