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잡한 규제로 가상통화 개발자 해외로 떠나… 법체계 정비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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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규제관련 국회 토론회
美, 기준 만들어 증권 또는 자산 간주… 코인 성격따라 관리기관 서로 달라
日, 결제법 개정해 가장 적극 대응… 러선 채굴사업 등록제 등 변화바람

“지나치게 복잡한 규제 때문에 미국은 혁신에서 뒤처지고 있다.”

키란 라지 미국 가상통화 거래소 비트렉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화폐,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미국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해 개발자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통화를 개발하거나 취급할 때 어느 관리 기관의 규제를 따라야 할지 불확실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로 혁신을 이끌어야 할 타이밍에 개발자들이 해외로 떠난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는 세계 주요국 가상통화 규제 사례를 분석하고, 한국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유동수 박찬대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라지 CSO 외에도 빌 시하라 비트렉스 최고경영자(CEO), 유동수 박찬대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참석했고,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는 시가총액 400조 원가량의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약 300만 명이 가상통화에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가상통화 시장에 대해 원천 기술은 확보하되, 투기 과열과 불법 거래를 막겠다는 3대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아직까지 크립토커런시(Crypto currency)에 대해서도 가상화폐, 가상통화, 암호화폐라고 칭하는 등 통일된 용어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상통화를 규정하고,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여러 가상통화(코인)를 한 가지 성격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각 코인이 갖는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1946년 미국 대법원의 판결로 확립한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코인만 증권으로서 가치를 인정하고 미국증권거래위원회의 관리를 받는다. 그 외의 코인은 금이나 밀가루 같은 자산으로 취급돼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규제에 따라야 한다. 거래 행위는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집행네트워크나 외국자산통제국, 국세청의 관리하에 이뤄진다.

다른 나라에서도 가상통화 규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가상통화에 대해 정의한 뒤 기존의 법 범위에 포함시키거나 새로운 법을 만들어 가상통화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가상통화에 대해 적극 대응한 나라다.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새롭게 제정하면서 가상통화와 교환 사업에 대해 정의했다. 싱가포르와 스위스는 가상통화를 자산으로 정의해 기존의 법 체계에 편입시켰다. 가상통화를 자산으로 정의하면 금융거래 행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중개업체에 대한 규제가 없다. 다만 자금세탁 방지법은 그대로 적용된다.

가상통화를 부정적으로 취급하던 중국이나 러시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채굴사업 등록제가 도입됐고, 가상통화 공개(ICO)가 증권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가상통화 관련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전에 진행됐던 연구 상황 등을 봤을 때 국가 주도로 중앙화된 가상통화가 발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상통화 규제가 가상통화 거래 금지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가상통화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현재 상황에 걸맞은 법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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