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개봉 박두…“지역 주민 피해 이만저만 아냐” VS “‘곡성’처럼 좋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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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21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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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둔 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을 둘러싼 갈등에 정범식 감독이 입을 열었다. 이 가운데 누리꾼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정범식 감독은 21일 오전 서울 이촌동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곤지암’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해당 작품과 관련한 갈등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앞서 실제 존재하는 장소 ‘곤지암 정신병원’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곤지암’을 두고 경기도 광주시와 병원 소유주는 “곤지암이란 지역을 공포 체험장소로 오인, 우범지역으로 전락한다면 지역주민들의 정신·물질적 피해가 상당히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개봉 전 제목 변경을 요청했다.

또한 병원 소유주는 무단으로 병원 부지와 건물에서 허가 없이 촬영했다며 영화 제작사인 하이브 미디어코프와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진행 및 서울중앙지법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 소유주는 “곤지암 정신병원은 엄연한 사유 재산이지만 ‘곤지암’ 측이 무단으로 침입해 영화를 촬영한 것도 모자라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장소’ ‘대한민국 3대 흉가’라는 문구로 홍보해 허위 정보를 퍼트렸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정 감독은 이에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부분”이라면서 “‘곤지암’은 CNN에서 선정된 7대 괴담 중 하나를 모티브로 해서 상상으로 만들어낸 영화다. 실제 그곳과 영화를 연결시켜서 혼동시키지 않는 작품”이라며 “영화는 영화다. 새로운 형식과 상상이 가미된 영화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감독은 “(병원과 지자체) 그쪽에 피해가 가게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며 “지자체 쪽과 제작사 쪽에서 협의하면서 ‘윈윈’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유지에 무단 침입했다’는 병원 소유주의 주장과 관련, “곤지암 정신병원이라는 장소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간들을 만들었다”며 “부산 영도에 있는 해사고등학교라는 폐교가 있었는데 그곳을 미술적으로 세팅해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곤지암 정신병원’은 미국 CNN 여행사이트 CNN GO가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선정한 바 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OO 신경정신병원’으로, 실제로 운영됐던 병원이다. 1996년 폐원한 이 병원은 한때 사람이 자꾸 죽고 병원장이 자살해 폐쇄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러한 소문 때문에 해당 병원은 공포체험 마니아들의 명소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2012년 한 매체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상하수도 설비 등의 문제 때문에 행정기관과 마찰을 겪었고 이로 인해 결국 폐원했다. 이후 병원은 건물주 형제 2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방치됐으며, 이후 엉뚱하게 대표적인 폐가로 떠올랐다.

특히 인터넷에서 ‘공포 체험의 성지’로 유명해지면서 매년 여름만 되면 몰려드는 사람들로 지역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누리꾼은 “저는 실제로 이곳을 다녀와 본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4대 흉가’다 어쩐다 해서 흉가체험 한답시고 갔다. 그러나 귀신은커녕 진짜 무서웠던 건 갑자기 들리는 비명 소리랑 몰래 나타나는 사람들, 그리고 벌레들과 모기, 풀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어떤 이들은 영화가 개봉했을 때 지역 주민들이 겪을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미 곤지암 주변은 귀신 나오는 곳으로 인식되어 지역주민들은 피해를 많이 봤다. 루머로 밝혀지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새벽에 담력테스트랍시고 몰래 출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번영화도 100% 허구이면서 마치 곤지암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마냥 해놔서 지금도 루머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 또 곤지암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영화는 영화일 뿐? 근데 진짜 귀신 나오는 장소인 듯 광고하지 않나. 내가 건물주라도 짜증나겠다. 동네주민들도 자꾸 사람들 찾아와서 스트레스라고 하더만”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이 말이 만능키처럼 오남용 되는 듯” “안 그래도 동네가 시끄럽던데. 저 영화 개봉하면 생각 없는 사람들이 구경 와서 떠들고 가겠네” “촬영장소가 어디건 간에, 흉가가 어쩌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당신 집을 소재로 했다면 기분 좋겠나” “영화는 영화라고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저 장면을 보여줬을 때 그 누가 저건 ‘아, 픽션이네. 그 병원이 아니네’라고 상각할까? 당연히 저 제목만 봐도 ‘아, 그 병원!’하고 생각하지는 않을까?”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반면 “‘곡성’도 첨엔 말 많았지 않나. 영화 흥행하고 정작 곡성주민들도 좋아하셨던 거 같은데 너무 민감들 하신 듯” “오히려 반대로 잘 상품화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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