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권준수]수준 높은 정신진료 환경 조성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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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요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의사들이 돈을 벌려고 환자를 가둔다는 낭설도 들렸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상담은 못 하고 약만 준다. 상담을 하려면 상담사를 찾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에게는 아무 효용도 없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상담 전문가 다수의 이력을 조금이라도 살펴보면 대부분 심리학과 관련된 어떤 전문적인 학위과정도 밟지 않았다. 몇 시간짜리 강의를 이수한 뒤 객관식 출제 문항에서 60점 이상만 취득하면 보기에 그럴듯한 ‘심리 자격증’을 받는다. 고도의 의학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환자를 적시에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도 과학적이지 않게 엉뚱한 상담에 의존하다 상태가 더 악화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와 비교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수련 기간과 교육 내용은 매우 어렵다. 필자가 20년 전 수련을 받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전공의는 환자들과 함께 산다. 병동에서 24시간을 환자들과 함께 보낸다. 말 그대로 전일제의 체계적 훈련 시스템에서 환자가 어떻게 밥을 먹고 잠이 들며 주위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세세한 것까지 경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의사는 환자와의 ‘관계’를 쌓고 이 과정을 통해 윤리적이고 전문적이며 밀도 있는 상담을 한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수가(진료비) 체계가 전면 개편됐다. 진료 시간에 따라 일부 수가가 올랐고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낮아졌다.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냥 의사들 살림살이가 좋아진 게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진료 수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50% 이하였는데, 이번 현실화로 3분의 2 수준으로 올랐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큰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싶다. 그동안 낮은 가격으로 비전문가 집단을 정신건강 사업에 배치했으나 국민 눈높이는 이보다 더 높아졌다. 자살, 트라우마 등 산재한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노력해야 정신이 건강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정신건강의학과 수가 체계 전면 개편#정신진료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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