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멋진 청음실이 내 귀 위로, B&O플레이 H8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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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14일 1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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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입춘이 지난 가운데에서도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중이다. 어지간히 떠나기 싫은 모양이다. 너무 춥다 보니까 잠깐이라도 야외에 나가려면 겁부터 날 정도. 음악 감상도 쉽지 않다. 평범한 이어폰을 사용하려면 귀가 고스란히 노출되니 아주 고통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보온과 음악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단연 헤드폰을 쓰는 것이다.

이제 곧 봄이 오겠지만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헤드폰은 제법 쓸모 있는 아이템이다. 싸늘한 바람으로부터 귀의 보온을 유지해주고 나아가 큼직한 스피커 유닛으로 음질까지 책임지기 때문. 큰 스피커가 무조건 좋은 음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나 누가 다루는가에 따라 나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헤드폰은 음질 외에도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 없다. 잘 만들어진 헤드폰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준다. 날씨가 더워지면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여유롭게 사용해도 된다. 이럴 때에는 귀 전체를 덮는 오버이어(Over Ear) 방식보다 귀 위에 살포시 올려 쓰는 온이어(On Ear) 방식이 유리할 때가 있다. 뱅앤올룹슨의 서브 브랜드 B&O플레이(PLAY)의 온이어 헤드폰 H8i처럼 말이다.

뱅앤올룹슨 특유의 감각적 디자인

H8i의 디자인적 요소는 지극히 ‘뱅앤올룹슨’스러움을 잔뜩 머금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요소들, 직관적인 버튼/스위치 구성, 소재와 이음새까지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다듬었다. 충분히 고급스럽고 보기에 좋다. 과한 요소를 배제하면서 강조해야 할 곳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베오플레이 H8i. (자료 - B&O)
베오플레이 H8i. (자료 - B&O)

자세히 살펴보면 주 재질은 가죽과 직물, 금속, 플라스틱 등이다. 헤어밴드 외부는 가죽, 머리가 닿는 부분은 직물, 유닛 하우징은 금속과 플라스틱을 적절히 배합했다. 장시간 사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의식해 설계한 것으로 예상된다.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헤드폰은 귀를 완전히 덮는 오버이어 방식이 아닌 귀 위에 올려 쓰는 온이어 방식이다. 오버이어 방식이 차폐 능력에서 우위에 있지만 답답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온이어는 이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대신 머리 고정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상황에 따라 외부 소리가 유입되는 점은 어쩔 수 없다.

이 이어폰은 이를 노이즈 캔슬링 기술로 최대한 극복하고자 했다. H8i에는 고급 능동형 소음제거(Advanced Active Noise Cancelling)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능동형 소음제거 기술에서 외부 소음 차단 효과를 더 높인 형태다.

B&O플레이 H8i의 조작 버튼과 스위치. (출처=IT동아)
B&O플레이 H8i의 조작 버튼과 스위치. (출처=IT동아)

조작은 유닛 하단에 있는 버튼과 스위치 등으로 진행 가능하다. 오른쪽 유닛 하단에는 버튼 3개가 있는데 각각 양 끝에 있는 것은 음량 조절, 가운데는 재생/정지(통화)와 블루투스 연결 대기 기능을 한다. 한 번씩 누르면 되고, 블루투스 연결을 위해서는 중앙에 있는 버튼을 약 5~7초 가량 누르고 있으면 좌측 유닛에 있는 LED가 파란색으로 점멸한다. 이 때 스마트폰이나 휴대 기기를 활용해 연결하자.

우측 유닛에는 유선 연결을 위한 단자와 충전 단자, 노이즈 캔슬링 작동 스위치 등이 있다. 스위치는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이를 꾹 누르면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직관적인 조작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버튼/스위치의 위치에 대한 부분만 적응하면 다루기 쉽다.

흥미롭게도 충전은 USB-C 방식 케이블을 쓴다는 점이다. 대부분 블루투스 스피커가 마이크로-USB 단자를 쓰는 것과 다르다. 타원형 모양의 USB-C 규격 단자는 방향을 구분하지 않으므로 단자 자체의 내구성에 영향을 준다. 일단 사용성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베오플레이 애플리케이션. (출처=IT동아)
베오플레이 애플리케이션. (출처=IT동아)

B&O플레이 H8i는 베오플레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청음자 취향에 맞는 사운드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베오플레이(Beoplay)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설치하면 된다. 그 전에 제품을 검색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연결은 비교적 간단하다.

다시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자. 등록이 이뤄졌다면 펌웨어 업데이트나 음장 효과와 사운드 설정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효과는 출근(Commute), 깨끗한(Clear), 운동(Workout), 방송(Potcast) 등 4가지가 제공되며, 효과 설정은 따스함(Warm), 편안함(Relaxed), 짜릿함(Excited), 밝음(Bright) 사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지점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자연스러운 효과를 원한다면 따스함과 편안함 쪽으로, 선명하면서 자극적인 효과를 원하면 짜릿함과 밝음으로 포인터를 이동하면 된다. 가로와 세로축 간의 효과는 뚜렷하게 존재하는 편이라 취향에 따라 포인터를 옮기면 된다.

풍부한 음색, 유선보다 무선이 더 낫다?

B&O플레이 H8i의 음질을 확인해 볼 차례. 이 제품은 무선과 유선 연결 모두 지원하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기기는 기자가 보유한 LG G6를 활용했다. 음원은 보유한 MP3(320Kbps), FLAC(16비트/44.1kHz, 24비트/96kHz) 등을 온쿄 HF 플레이어 앱에서 재생한 방식을 썼다.

먼저 헤드폰의 사양을 확인해 봤다. 이 제품에서는 40mm 규격의 전자-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쓰였다는 것 외의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다. 수치적인 요소는 이들에게 의미는 없다. 동일한 출력을 보이더라도 어떤 기업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소리를 조율했는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실제 들었을 때의 느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실제 체감했을 때의 음질은 유선보다 무선 쪽이 더 낫다는 느낌이다. 이는 케이블을 변경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뱅앤올룹슨이 이 제품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았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크다. 무선임에도 수시로 연결이 끊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베오플레이(Beoplay)를 사용할 때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오히려 앱을 설치하지 않고 기본 블루투스로 연결했을 때 더 매끄럽게 작동했다. 이 부분은 재생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참고만 하는 것이 좋겠다.

케이블을 연결했을 때의 음질은 대체로 중립적이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그렇기에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밑간이 되지 않은 음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저음이나 중고음 모두 뚜렷하게 들리는데 풍성하지 않고 다소 건조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울 수 있다.

반면, 무선으로 청음하게 되면 더 풍성한 인상을 준다. 아무래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작동하게 되면서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때문. 완벽하지 않아도 청음실과 유사한 무소음(?) 환경이 되므로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효과를 얻게 된다. 약간 과장된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지만 비교적 풍성함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이쪽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낫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온이어 방식임에도 제법 뛰어나다. 차량이나 기자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 엔진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 사람의 음성은 약하게 유입되지만 음악을 켜면 이마저도 묻힌다. 이는 소음 인식용 마이크를 이어컵에 2개, 외부에 2개를 각각 배치해 소음을 차분히 분석해 상쇄하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뱅앤올룹슨이 이 부분에 대해서 제법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연결은 블루투스 4.2 기술로 이뤄지며 고음질 재생을 위한 코덱은 적용되지 않았다. 일부 제품에는 aptX HD까지는 아니더라도 aptX를 지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배터리는 1,110mAh 용량으로 최대 30시간 사용 가능한 수준이다. 유선과 노이즈 캔슬링 기술 조합을 사용하면 최대 45시간까지 사용 가능한 상태.

실제 활용해 보니 배터리 지속 시간은 인정할 부분이다. 음량을 80% 가량에 설정한 다음,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상태에서 무선을 사용하니 약 28시간 가량 사용 가능했다. 음량을 조절한다면 조금 더 지속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음악을 많이 듣는다 하더라도 3일 가량은 배터리 걱정 없이 쓸 수 있을 정도의 지속력은 이 제품의 장점 중 하나라 하겠다.

멋과 활용성의 적절한 조화


B&O플레이 H8i, 고급스러운 외모와 함께 음질도 제법 뛰어난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다. 유선의 음질도 좋지만 무선 연결 상에서의 음질이 더 인상적이라는 것이 특징. 59만 원에 달하는 가격은 다소 부담 요소가 될 듯 하지만 ‘괜찮은’ 블루투스 헤드폰을 손에 넣겠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대체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제품들 가격이 비슷해서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베오플레이 앱과의 연동을 강조하지만 그렇게 편리하지는 않다. 기기 연동을 하려고 하면 블루투스와 함께 와이파이가 갑자기 작동한다거나, 무선 연결이 매끄럽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음장 효과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기기간 블루투스 연결로 청음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일 정도다.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B&O플레이 H8i. (출처=IT동아)

이렇게 보면 최근 출시되는 무선 헤드폰은 기본적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채용하는 추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지 하나가 더 생긴 셈. 치열한 경쟁 속에서 H8i가 성공을 거둘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두각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헤드폰이라 평가해 본다.

동아닷컴 IT전문 강형석 기자 redbk@donga.com

※ 리뷰 의뢰는 desk@itdonga.com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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