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의료기록 안심 저장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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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블록 이은솔 공동대표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의료정보를 블록체인 기술로 관리하려 시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관련 베타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의료정보를 블록체인 기술로 관리하려 시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관련 베타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 기록을 가지고 다른 병원을 갈 때 종이 서류나 CD로 받아 옮겨야 하는데 이를 블록체인을 활용한 온라인 전송으로 바꾸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전직 의사가 세운 벤처기업 얘기다.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개인 의료 정보를 디지털 문서로 만들고, 이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한양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영상의학과를 수련한 전문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많아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고우균 대표(34)도 삼성전자에 다니다 경희대 치의학대학원을 졸업한 치과의사 출신이다.

현재 환자 개인 의료 기록은 병원이 관리한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 기록은 전자 정보 형태로 저장할 수 있고(제23조),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을 경우 해당 정보를 송부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제21조).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이다. 의료 정보 역시 개인 정보여서 관리가 엄격하다. 이에 따라 각 병원에서는 각자가 관리하는 전자 의무 기록시스템에서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 메모리나 e메일 등 전자 수단으로 병원 임직원이 기록을 쉽게 전송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메디블록은 의료 정보를 온라인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을 블록체인에서 찾았다. 환자 개인 의료 정보는 병원에서 의사가 블록체인에 저장한다. 일단 한번 기록되면 조작이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의료 사고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에 저장한 의료 기록은 복잡하게 암호화돼 있어 복호화 키를 가진 본인만이 열람하거나 거래할 수 있다. 개인의 의료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병원에 가거나 보험사, 연구자 등에게 제공할 때는 블록체인의 고유 특징인 P2P 계약(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대일 거래) 방식을 이용한다. 이 모든 과정 역시 기록으로 남는다.

의료 정보를 본인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대표는 “자신의 의료 기록으로 주체적으로 병원이나 제2, 제3의 기관에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메디블록은 해당 기술을 스마트폰과 접목해 개인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의료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성형외과인 오라클의원, 올해 1월에는 경희대 치과병원이 자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도 맺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3분기(7∼9월) 정도에 베타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은 원래 서울에 회사를 설립했지만 지난해 본사를 영국의 속령인 지브롤터로 옮겼다고 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친화적이지 않은 규제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술을 공개하고 투자자를 모아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을 진행하려 했지만 정부가 국내 ICO를 금지하는 바람에 회사의 소재지를 옮겼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IPO(주식공개상장)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되 국내에서도 ICO가 진행되도록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메디블록#이은솔#블록체인#의료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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