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개막식이 열린 9일, 한반도기를 높이 치켜든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는 순간. MBC 개막식 생중계에서는 이런 발언이 전파를 탔다.
“평창 올림픽이 잘 안 되기를 바랐던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은 이 평창의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들고 서 계셔야 합니다.”
진행자로 깜짝 출연한 방송인 김미화 씨(54)였다.
김 씨는 박경추 캐스터, ‘한국 스키의 전설’ 허승욱 스포츠해설가와 함께 했다. 박 캐스터가 “왜 출연했나 싶은 시청자도 있을 텐데 소개해 달라”고 하자 김 씨는 “시청자 여러분을 대신해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답을 드리는 방송이라고 해 나왔다”고 말했다. 시청자 눈높이에서 개회식을 전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것은 시청자 눈높이는커녕 진행을 위한 기본적 지식조차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가나 국가대표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고는 구경도 못해봤을 것 같은데”라고 해 ‘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반말 섞인 표현과 감탄사를 남발해 채널을 돌려야만 했다’는 누리꾼 반응까지 나왔다. 이날 개회식 시청률은 KBS1이 23%, SBS 13.9%였던 반면 MBC는 7.7%를 기록했다.
김 씨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일베들의 악의적인 밤샘 조리돌림으로 일부 비난이 여론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것조차 제 불찰”이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시청자가 방송 자체보다 정치적 이유로 자신을 문제 삼았다는 듯한 발언이었다. 반발이 더 거세지자 그는 결국 10시간 만에 다시 글을 썼다. “부적절한 사과문으로 논란을 키웠다. 선의의 쓴 소리를 해주신 많은 분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득 2008년 MBC의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중계가 떠올랐다. 당시 ‘무한도전’ 출연진은 김 씨와 똑같은 취지로 참여했다. 다만 전문 선수들로부터 각 종목을 미리 배우고 준비했다는 점이 달랐다. 정형돈은 “시청자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한 뒤 차분하게 해설을 이어가 호평을 받았다.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올림픽을 정치화하고 편을 가르려 한 것이 과연 누구인지 김 씨에게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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