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부담 덜어주겠다” 최저임금 지원 분주해진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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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처벌 강화에서 보완정책으로 선회

최저임금 인상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소상공인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저렴한 상가 점포를 영세 상인에게 직접 임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7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추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는 식의 처벌 강화에서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 쪽으로 최저임금 보완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 영세상인 자금난 덜어 불만 최소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 우려에 대해 관계 부처가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달 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드 수수료 및 상가 임대료 부담 완화, 상권 내몰림 방지, 자금 부족 완화 등을 보완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번 최저임금 보완책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상가 임대료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영세 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는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대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지금의 9%에서 5%로 낮추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달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즉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부문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숙원인 카드 수수료 인하 대책이 나온다. 7월부터 편의점과 소형 슈퍼마켓, 빵집 등 소액 결제가 많은 신용카드 가맹점부터 카드 수수료가 인하된다. 신용카드사가 밴(VAN)사에 보내는 수수료가 7월부터 현재의 건당 95원에서 결제금액의 약 0.2%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소액결제 수수료가 줄어 슈퍼마켓이나 빵집 같은 가맹점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IBK기업은행은 다음 달 초 소상공인이 고용 규모를 유지할 경우 금리를 인하해 주는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LH 등 공공기관이 영구임대주택 단지 안에 있는 상가를 소상공인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 기로에 선 소득주도성장 정책

정부가 이번에 소상공인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만난 식당 주인, 편의점 사장 등은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다른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고용보험 가입을 꺼리는 종업원이 많아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1인당 월 15만 원)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동안 낮은 인건비로 버티던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 구조가 된 것이다.

만약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첫 단추인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좌초한다면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기조도 순항하기 어렵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지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7월 마련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 76개 가운데 현재 68개를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대책 가운데는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연결짓기 어려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또 1월부터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핵심 보완책은 올해 중반부터 적용되는 등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강유현·천호성 기자
#최저임금#소상공인#저금리대출#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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