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명반 커버, 보는 맛 읽는 맛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 이야기…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2쇄 찍어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가 제작한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1969년 음반 ‘Ummagumma’ 표지. 영국 케임브리지의 사택에서 하나의 사진이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미장아빔(mise en abyme)’ 기법으로 촬영했다.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가 제작한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1969년 음반 ‘Ummagumma’ 표지. 영국 케임브리지의 사택에서 하나의 사진이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미장아빔(mise en abyme)’ 기법으로 촬영했다.
음반 커버만 잔뜩 모아놓은 책이 출간 30일 만에 2쇄를 찍었다.

“첫째,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AC/DC, 피터 가브리엘 같은 1970, 80년대 록에 미친 40대 이상 마니아들. 둘째, 아니면 열거된 밴드는 하나도 모르지만 디자인을 공부하는 20대 미술학도들.”

최근 출간된 ‘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그책)를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두 부류라고 한다. 책이 잘 팔리는 비결을 옮긴이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을 그린 ‘The Dark Side of the Moon’, 불타는 사람과의 악수를 촬영한 ‘Wish You Were Here’.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사각형 그림들이다. 책은 이들을 만든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Hipgnosis)’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다뤘다.

힙노시스의 디자인은 음악가들의 음악은 물론이고 유명 그래픽디자이너 폴라 셰어의 작품에까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책에는 1967년부터 1984년까지 힙노시스가 작업한 373장의 음반 커버 이미지가 실렸다. 오브리 파월 등 힙노시스 멤버들이 직접 집필한 이 책을 옮긴이는 국내 핑크 플로이드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경진 음악평론가다.

서재에 한 권 꽂아놓기만 해도 배가 불러질 책이다. 빌딩 숲을 나는 시조새를 그린 ‘쿼터매스’, 커다란 눈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한 ‘더 그레이티스트 쇼 온 어스’, 고대 신전을 기어오르는 벌거벗은 아이들을 담은 레드 제플린의 음반 표지들을 책 하나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이나 제작은 됐지만 음반에는 안 실린 미공개 컷들도 볼거리다. 김경진 평론가는 “록 마니아라도 ‘아, 이 앨범, 저 앨범 표지도 힙노시스 작품이었어?’ 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발견의 즐거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읽는 맛도 보는 재미 못지않다. 힙노시스는 초현실적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현실과 싸웠다. 촬영 때 스턴트맨이나 다이버를 고용하기도 했다. 사람의 몸에 실제로 불을 붙이고 찍은 ‘Wish You Were Here’의 작업 에피소드, 폴라로이드 필름에 갖은 장난을 쳐서 만든 피터 가브리엘 표지 작업 뒷이야기를 힙노시스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가브리엘이 서문을 썼다. “1960년대 문화혁명 속에서 록 음악은 지배적 힘을 지니고 있었고 앨범은 왕이 되었다. (중략) 바늘이 LP의 소리골에 내려앉으려던 순간, 막 들어가려던 마법의 세계를 그려내기 위해서 앨범 커버는 반드시 필요했다. 대담하고 멋진 이미지를 통해, 때로는 충격적인 창의력을 통해, 힙노시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반 커버 디자인 회사가 되었다.”

재미만큼 부작용도 예상된다. 여기 나온 모든 표지를 수집하기 위해 LP를 사러 다니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것.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힙노시스#핑크 플로이드#ummagumma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