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환호와 열정… 2월 평창의 감동이 기다려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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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모두 끝났을 때, 선수들의 표정과 동작에서, 그 허탈감이나 양동이 바닥을 뚫을 듯한 환희에서, 그들이 얼마나 빨리 달렸나 하는 것을 그제야 우리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감동 같은 것이 쫙 밀려온다. 이것은 뭐랄까. 그렇지, 일종의 종교다. 가르침이다.―시드니!(무라카미 하루키·비채·2015년) 》
 
국내에서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경험하면 자신이 스포츠에 도통 관심이 없다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와 생산유발 효과 같은 장밋빛 전망까지 쏟아지면 일단 박수부터 쳐야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느낌이 들어 요즘 하루키의 책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 에세이는 작가가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스포츠에 흥미가 없는 이들이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길라잡이 같은 역할도 해준다. 겨울올림픽은 평소 대중의 관심에서 떨어져 있는 비인기 종목이 많기 때문에 이 책이 유용한 이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시드니!’는 하루키가 2000년 일본 잡지사의 요청을 받아 ‘특별 취재원’ 자격으로 호주 시드니에 23일간 체류하며 쓴 방문기다. 그는 ‘세계가 점점 일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올림픽 개최 이유를 찾고, 개인적으로는 현지에서 쌓은 추억들이 성과였다고 꼽는다. 올림픽 경기 취재보다 시드니에서 코알라 번식센터를 보고 코알라의 욕정을 무척 궁금해하는 대목에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에세이를 따라가다 보면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이런 작지만 유머러스한 추억 한두 개쯤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소설가로도 유명한 하루키가 마라톤에 대해 일인칭과 전지적 작가 시점을 넘나들며 쓴 대목을 보면 한번쯤 마라톤에 도전해 볼까 싶은 마음이 든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하면 중추신경계에서 헤로인이나 모르핀과 같은 마약 성분과 흡사한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이 물질은 통증을 완화해주는 작용 덕분에 우울한 느낌이나 고통이 사라지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이 현상을 러너스 하이라고 한다. 하루키는 그걸 감동, 종교, 가르침이라고 표현했다. 겨울올림픽의 감동이 기다려진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평창올림픽#시드니!#무라카미 하루키#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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