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귀순병 살린 ‘신의 손’ 이국종… 방탄소년단 “저스틴 비버 비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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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한 해를 빛낸 화제 인물

《지드래곤은 노래 ‘삐딱하게’에서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고 외쳤다. 그러나 인간에겐 그럴 때가 있다. 순간을 마치 영원처럼 거머쥐는 순간. 꽃보다 아름답게 피고, 별보다 뜨겁게 타오르는 지점. 하나의 삶은 유한하나 순간의 반짝임은 별이 돼 마음에 박힌다. 때로는 인간사가 돌아가는 수레바퀴의 방향이나 속도를 바꾸기도 한다. 문화, 사회, 스포츠, 경제, 산업 분야에서 올 한 해 동안 가장 크고 높게 떠올라 반짝인 사람들을 돌아봤다. 2018년에는 또 어떤 이가 별처럼 떠오를까. 그 가운데 나와 내 지인도 있을까. 자, 아래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 씨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 교수(권역외상센터장·왼쪽 사진)와 미국 TV 출연과 빌보드 차트 상위 랭크로 세계의 이목을 끈 7인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동아일보DB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 씨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 교수(권역외상센터장·왼쪽 사진)와 미국 TV 출연과 빌보드 차트 상위 랭크로 세계의 이목을 끈 7인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동아일보DB
[사회]15일 오후 6시 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옥상 헬기장. 이국종 교수(권역외상센터장)가 줄곧 하늘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상공을 나는 헬기 한 대를 향하고 있었다.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 씨(25)를 아주대병원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하고 온 군 의무헬기 ‘메디온’이었다.

이날 낮 이 교수는 오 씨와 함께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하는 메디온에 올랐다. 두 사람이 수술실에서 처음 만난 지 32일 만이다. 한 달 넘게 병실과 수술실을 오가며 죽음과 싸운 두 사람은 전우(戰友)나 다름없었다. 메디온이 아주대병원을 출발하자 이 교수는 새로운 환경을 앞둔 오 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앞서 오 씨는 병원을 떠나기 전 ‘아주대병원 안의 (이국종)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치료를 잘해준 데 대하여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자필 메모를 남겼다. 무사히 오 씨를 이송한 뒤 병원으로 돌아온 이 교수는 “오 씨가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해 ‘수원 오씨’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7년 한국 사회는 다시 ‘이국종’이라는 이름에 주목했다. 2011년 1월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극적으로 살려낸 지 정확히 6년 10개월 만이다. 동아미디어그룹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인물’ 투표에서도 1위(문재인 대통령)에게 10표 차 나는 2위(96표)에 올랐다.

올해 이 교수의 ‘석 선장’은 오 씨였다. 그는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했다. 이때 북한 추격조가 쏜 총탄 5발을 맞고 쓰러졌다. MDL 앞에서 목숨을 걸고 포복으로 다가간 한국군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곧바로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된 오 씨는 생명이 위태로웠다. 이 교수 집도 아래 악전고투 같은 수술을 여러 번 받은 뒤 지난달 말 오 씨는 의식을 회복했다.

이를 계기로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의 열악한 실태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그리고 이 교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6년 전과 다를 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011년 석 선장 치료를 위해 오만에 간 이 교수는 에어앰뷸런스를 빌려 한국으로 이송할 것을 주장했다. 에어앰뷸런스 임차료는 약 40만 달러. 결정이 지연되자 이 교수가 “내가 돈을 내겠다. 일단 이송부터 하자”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2012년 5월 마침내 ‘이국종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확인된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의 민낯은 6년 전보다 더 심각했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중증외상센터 지원을 청원하는 글이 올랐다. 국민 27만 명이 화답했다. 정부는 삭감했던 외상센터 예산을 다시 살려 601억 원을 편성했다.

이 교수는 요즘도 외상센터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항상 파란색 수술 모자를 쓰고 다닌다. 왼쪽 손목에는 민감한 외과 수술에 방해가 될까 봐 시곗줄 끝에 흰 의료용 테이프를 붙인 시계를 찬다.

오 씨는 최근 국군수도병원에서 진행된 정부합동신문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도 종종 오 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부도 전해 듣는다고 한다. 오 씨를 치료할 당시 이 교수는 “앞으로 직장 다니며 번 돈으로 세금을 내 국가 경제에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들 역시 이 교수의 당부가 하루빨리 현실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워너원 ‘연습생 신화’… “돈은 안쓰는 것” 김생민의 재발견

tvN ‘짠내투어’의 김생민(가운데)은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tvN 제공
tvN ‘짠내투어’의 김생민(가운데)은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tvN 제공

[문화]7인조 남성그룹 방탄소년단은 1년 내내 기록 잔치를 벌였다. 5월 빌보드뮤직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팝스타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수상했다. 9월 낸 ‘LOVE YOURSELF 承-Her’ 음반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7위, 11월 신곡 ‘MIC Drop’ 리믹스 버전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28위까지 올랐다. 1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축하무대, 12월 NBC ‘엘런 디제너러스쇼’ 등이 TV와 소셜미디어로 전파되며 세계적으로 인기가 확산됐다. 미주 지역의 팬들이 이들의 여러 곡에 걸쳐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한국어로 멤버별 응원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미국의 공중파를 강타했다.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배출한 프로젝트 남성그룹 워너원은 젊은이들은 물론 평소 아이돌에 관심이 적었던 일부 중장년층의 마음까지 팬덤의 영향권으로 포섭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습생 신분이던 이들은 데뷔음반을 100만 장 이상 팔며 아이돌 가요계의 최상위권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국민 남자친구가 된 강다니엘을 위시해 다양한 매력을 가진 그룹 멤버들은 청소년을 겨냥한 교복, 치킨뿐 아니라 커피, 맥주, 화장품까지 다양한 상품의 모델로 활약했다. 이들의 팬덤이 TV를 통해 전 연령대로 확장됐음을 보여준 것이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은 6월 북미 최고 권위의 밴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16세 때부터 1년에 2∼4번씩 국제콩쿠르에 출전해온 선우예권은 총 8개 대회에서 우승해 ‘콩쿠르 부자’로 불리게 됐다.

밴 클라이번 우승으로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국내 클래식을 이끌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콩쿠르 출전의 연령 마지노선인 29세에 출전한 그는 늦게 빛을 본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2019년까지 연주 일정이 잡혀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발돋움했다.

방송인 김생민(44)은 데뷔한 지 무려 25년 만에 ‘뜬 별’이 됐다. 시작은 청취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었다. 화려할 것만 같은 연예인이 ‘돈이란 원래 안 쓰는 것’이라거나 ‘커피 대신 면수를 먹어라’는 둥 짠내 가득한 경구를 늘어놓자 폭발적 반응이 일었고 곧 지상파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스스로 꾸준히 아끼고 저축해 자산을 모았다는 김생민의 모습은 팍팍한 삶이라도 노력하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올 한 해 영화계에서 가장 뜬 별은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매력 넘치는 연기로 ‘마블리(마동석+러블리)’라는 애칭을 얻은 배우 마동석(39)이다. 그가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주연한 영화 ‘범죄도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깜짝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해 전체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추석 연휴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 초반 흥행은 주춤했지만, ‘마동석의 힘’으로 역주행하며 6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부산행’에서도 좀비 떼를 무찌르는 액션을 선보여 사랑받은 데 이어 ‘굿바이 싱글’ ‘부라더’ 등 코미디 영화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최근 팔씨름 선수로 등장하는 영화 ‘챔피언’의 촬영을 마쳤고, 내년 8월 개봉할 예정인 ‘신과 함께 2’를 통해서도 관객과 만난다.
 

서경배 ‘세계 100대 CEO’ 선정… 방준혁, 게임으로 자수성가


[경제-산업]그동안 대학 강단과 시민단체 등 재야에서 주로 존재감을 드러냈던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64)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5)은 경제 분야의 핵심 관료로 변신해 새 정부의 각종 정책을 이끌었다. 장 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 등 새 정부의 경제 기조를 이끄는 데 선두에 섰고, 김 위원장은 가맹점, 유통, 하도급 분야의 불공정거래 대책을 쏟아냈다. 스타일과 노선에 대한 적잖은 논란도 있지만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분야의 실세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60)는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 수장으로 임명됐다. 처음에는 현 정부 출범에 ‘지분’이 없는 정통 관료 출신이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여당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법인세 및 소득세 인상 논의에서 배제되면서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3%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각종 경제 현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경제 수장으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62)은 올해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도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원래 재계의 축은 주요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였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인을 아우르는 대한상의의 상징성이 부각되며 정부 경제정책의 기업 측 파트너 자리를 공고히 했다. 박 회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기업만 대변하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친노동에 치우친 정부의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두고 ‘국회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54)은 올해 대표이사 취임 20주년을 맞았다. 그간 성과는 눈부셨다. 취임 직전 해인 1996년과 2016년을 비교해 보면 매출은 10배, 수출액은 181배 늘었다. 세계적인 경영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2017년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낸 100대 최고경영자(CEO)’에 한국 기업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서 회장을 선정한 것은 이 같은 성과 덕분이었다. 20위를 차지한 서 회장에 대해 HBR는 ‘끊임없이 혁신을 이뤄온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1월 서울 용산 신사옥 완공에 따라 새로운 용산 시대를 선포했다. 서 회장은 용산 사옥을 ‘미(美)의 전당’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올해 게임업계에선 ‘흙수저’ 출신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49)의 자수성가 스토리가 화제가 됐다. 그는 넷마블 최대주주로서 올해 넷마블 기업공개(IPO)를 통해 3조 원대 주식거부로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교 2학년 중퇴 이력과 2차례 창업에서 실패한 개인사가 재조명됐다. 2000년 자본금 1억 원으로 시작한 넷마블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긴 침체를 겪다가, 최근 모바일 게임 분야로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면서 성공신화를 새로 쓰고 있다. 넷마블의 간판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은 2017년 9월까지 누적 매출이 9608억 원을 기록해 연말까지 단일 매출로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60)이 올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키며 주식 부호 대열에 합류했다. 서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22일 기준 4조7427억 원에 이른다. 지분을 증여받지 않고 자수성가로 주식 부자 5위 안에 든 인물은 서 회장이 처음이다. 설립 15년째를 맞은 셀트리온은 2012년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를 개발하며 성공 가도를 달려 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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