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다음 수순은 글로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성훈 최고전략책임자

“카카오의 다음 수순은 글로벌이죠. 카카오가 선보이는 영상, 음악 등 한류 콘텐츠가 아시아를 하나로 엮을 겁니다.”

카카오 박성훈 최고전략책임자 겸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44·사진)는 이달 27일 서울 강남구 로엔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의 콘텐츠 생태계를 꾸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와 사업부 분사 및 투자 유치 등을 진두지휘하며 국내 수익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해왔다. 국내에서는 수익화 기반이 다져졌다는 판단에 따라 글로벌 진출을 내년 화두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최근 글로벌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을 위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규모 해외 자금 유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내년 2월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모바일을 바탕으로 한 음악과 동영상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회사를 인수합병하고,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해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진출하는 것이라면 한계가 뚜렷하죠.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콘텐츠 유통 시장에 카카오가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도 있고요.”

그는 미국 대중문화를 예로 들며 콘텐츠 진출뿐 아니라 관련 산업이 함께 진출해야 한국 산업 생태계가 발전하고, 아시아 콘텐츠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 콘텐츠도 글로벌 유통 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한 채 단순 공급자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주도권을 쥐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콘텐츠 유통 채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카카오가 겪은 뼈아픈 교훈과도 관련이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앞세워 2010년대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떨쳤으나, 게임업계가 자체 개발과 직접 유통을 내세우자 수익 기반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그는 “콘텐츠 유통과 자체 개발 역량을 모두 가지고 있을 때에만 사업 시너지가 난다는 점을 당시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CJ그룹 베인앤컴퍼니 등을 거친 박 대표는 2015년에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 자리로 옮겼다. 당시 카카오의 최대 현안은 수익화였다. 카카오톡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90%가 사용하는 플랫폼인데도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미션도 수익화 모델을 짜는 것이었다. 카카오에 합류한 그는 안정적인 정기결제 모델 구축, 신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제안해 성사시켰고 카카오택시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사업과 간편결제 사업, 웹콘텐츠 사업을 각각 독립시켜 투자 유치 성과를 거뒀다.

박 대표는 “카카오는 구글의 검색, 스포티파이의 음원 콘텐츠, 우버의 모빌리티 사업을 모두 합친 서비스를 하는 회사”라며 “모바일 시장의 유력한 서비스 사업을 전부 가진 독보적인 서비스 플랫폼으로 어느 쪽이 뜨든 바로 수익화가 가능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카카오#로엔#박성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