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위작 만들면 사기죄 아닌 위작죄로 처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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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술품 유통-감정 법률 마련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의 경매 모습. 정부는 앞으로 미술품 경매업자에 대해 낙찰가격공시, 자사 경매 참여금지 등의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의 경매 모습. 정부는 앞으로 미술품 경매업자에 대해 낙찰가격공시, 자사 경매 참여금지 등의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앞으로 미술품 유통업이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기타 미술품 판매업으로 분류된다. 화랑업과 미술품 경매업은 등록, 기타 미술품 판매업은 신고를 해야 한다. 위작을 만들거나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의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부안으로 확정됐고 연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경자, 이우환 화백 등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논란이 이어지면서 투명한 미술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법안은 그동안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되던 화랑과 경매회사 등의 업종을 구분했다. 작가 육성 기능을 맡는 화랑업과 미술품 2차 거래인 경매업은 등록제로, 전시장이나 전속 작가 없이 미술품만 거래하는 기타 미술품 판매업은 신고제로 구분했다.

특히 그동안 대형 화랑이 경매회사를 겸하는 국내 미술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미술품 경매업자에 대한 의무를 부과한다. 낙찰가격을 공시하고, 자사(自社)의 경매에 참여할 수 없으며, 특수 이해관계자가 소유·관리하는 미술품을 경매할 땐 사전공시를 해야 한다. 위반하면 등록 취소, 영업 정지 등의 제재가 이뤄진다. 문체부는 “특수 관계 화랑의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후 고가에 낙찰받는 등 불공정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자격제도 없이 자유업으로 운영되던 미술품 감정업에는 등록제가 도입된다. ‘미술품감정연구센터’를 지정해 미술품 감정 인프라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위작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지금까지 미술품의 위작은 사기죄 등을 적용받았으나 앞으로는 위작죄로 처벌된다. 위작을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줄곧 쟁점이던 화랑과 경매회사의 겸업 금지, 거래명세 신고제, 감정사 자격제도가 이번 법안에 다 빠져 ‘맥 빠진’ 타협이란 지적도 많다. 이영열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국내 연간 미술시장 규모가 4000억 원에 불과해 진입장벽을 통한 구조 규제보다는 불공정 행위 규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술계는 반발했다. 한국화랑협회는 “이번 법안은 정부의 미술시장 기조인 자율성과 다양성에 반하는 국가개입주의, 통제주의적 발상”이라며 “미술시장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정확한 근거 없이 미술계를 불공정 집단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 미술품 경매회사 관계자도 “큰 틀에서는 법안을 환영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 정보를 들여다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내년 상반기에 국회 입법 절차가 완료되면 내년 말쯤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단, 미술품 유통업과 감정업의 등록·신고제는 2년간 유예 규정을 두고 있어 2020년 말 시행될 예정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미술품 위작죄#서울옥션#미술품 경매업자#미술품감정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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