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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번 버스’ 효과… 차분해진 누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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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번 버스’ 효과… 차분해진 누리꾼

황성호기자 입력 2017-11-30 03:00수정 2017-1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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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가해자인 태연 먼저 챙겨”… 28일 교통사고 피해자, 인터넷에 글
현장 목격자 “사실과 다르다” 반박… “진실 기다려 보자” 댓글 잇달아
‘버스기사 마녀사냥’ 겪은 누리꾼들, 집단 흥분 자제… 판단 냉철해져
28일 오후 7시 39분경 서울 강남구 논현가구거리. 벤츠 승용차 한 대가 앞에 서 있던 K5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에 밀린 택시는 앞에 있던 아우디 승용차와 부닥쳤다. 벤츠 운전자는 다름 아닌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본명 김태연·28). 차량 세 대의 외관이 일부 찌그러졌지만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다. 현장에서 경찰이 확인한 결과 태연은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 교통사고로 일단락될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연예인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사고 직후 택시 승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발단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태연을 먼저 챙기는 등 연예인이라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구급차를 이용하려 했지만 태연이 써야 한다며 쓰지 못하게 했다. 경찰이 태연에게 음주측정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혹은 포털과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자 다른 주장이 나왔다. 당시 현장에 갔던 견인차량 운전자 강민호 씨(21)는 29일 0시경 “경찰관이 오자마자 음주측정을 했고 결과도 음주가 아니었다. 또 태연은 구급차를 타지 않았다”는 반박 글을 올렸다. 사고 현장 사진도 올렸다. 한밤중 글을 올린 이유를 강 씨는 “240번 버스 사건이 기억났다. 일방적인 의견만 유포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내가 본 상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씨는 “당신 주장이 맞느냐”는 누리꾼의 질문에 일일이 답글까지 보냈다.

240번 버스 사건은 9월 중순 아이 혼자 정류장에 내렸다며 엄마가 울부짖는데도 운전사가 그대로 내달렸다는 의혹이 온라인에 퍼진 걸 말한다. 버스 운전사에게 비난이 쏟아졌지만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내용이 온라인에 게시돼 발생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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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의 교통사고를 보며 240번 버스를 떠올린 건 강 씨뿐이 아니었다. 누리꾼이 올린 댓글 중에는 “아직 공인된 정보가 아니니 기다려보자”며 신중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또 한 누리꾼이 만든 ‘태연 교통사고 관련 정정 사실들 정리’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대체로 이번 사고를 바라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무조건 비난하고 보는’ 과거와 차이가 있었다. 최소한의 자정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본보 취재 결과 택시 승객의 주장 일부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연예인 특혜’로 보는 건 무리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119구급대원들은 태연의 상태를 먼저 확인한 뒤 택시 승객과 운전자의 부상 정도를 물어봤다. 특혜가 아니라 교통사고 현장에선 차량 안에 있는 사람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매뉴얼 때문이다. 당시 다른 차량 승객들은 밖으로 나와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연예인이라 특혜를 준 것이 아니고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사고 현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떠나 가장 심하게 다친 사람을 먼저 조치한다”라고 해명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적어도 무슨 일이 났을 때 무작정 몰려가 공격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문화에 대한) 일종의 반성이 시작됐다고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240번 버스#누리꾼#태연#교통사고#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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