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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 늘어나며… 신음하는 제주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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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 늘어나며… 신음하는 제주 오름

임재영기자 입력 2017-11-29 03:00수정 2017-1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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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 맨땅 드러나며 식물들 고사… 인근엔 페트병-음식물쓰레기 넘쳐
비좁은 주차장엔 차량 몰려 대혼잡… 체계적인 관리방안 마련 서둘러야
선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 탐방객이 몰리면서 오름 분화구에 새로운 길이 생기고, 주변 식생이 파괴되는 등 점점 훼손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6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용눈이오름. 이 오름(작은 화산체)은 고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을 통해 미학적 가치가 알려졌다. 제주도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의 무대이기도 했다. 용눈이오름은 해발 248m에 불과한 야트막한 화산체로 걸어서 15∼20분이면 정상에 이른다. 성산일출봉 우도는 물론이고 주변 오름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시원한 풍광을 선사한다. 하지만 하루 평균 1000명 넘는 탐방객이 찾으면서 곳곳에 생채기가 났다. 야자매트를 깐 탐방로 인근은 흙이 드러날 정도로 식물이 말라죽었고 분화구를 가로지르는 길마저 생겼다. 빈 페트병과 음식물쓰레기도 군데군데 보였다.

근처 백약이오름은 비좁은 주차장에 차량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려다가 편도 1차로를 달리는 차량과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백약이오름도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훼손되고 있다. 오름 정상에서는 발을 디딜 때마다 송이라고 불리는 화산쇄설물이 흘러내렸다. 유명 연예인이 출연한 TV 프로그램에서 이 오름을 소개한 뒤 탐방객은 더 많이 늘었고 훼손도 그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제주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새별오름 노꼬메오름 금오름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갈 때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좁은 길에 많은 탐방객이 몰려 길 밖으로 걸어 다니자 주변 식생이 파괴됐다. 화산쇄설물이 쌓여 형성된 오름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답압(踏壓)으로도 무너지기 쉽다. 한번 무너지면 복원하기도 힘들다. 도너리오름 물찻오름은 무너진 탐방로와 주변 식생을 복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휴식년에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복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는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단순히 오름을 오르거나 소개하는 차원이 아니라 꽃 한 송이, 나무 한 줄기, 송이 한 줌이 모두 소중한 자원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탐방객 의식도 높아져야 오름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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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인문에서도 중요하다. 한라산이 제주의 아버지요 어머니라면 오름은 자식 같은 존재다. 용암을 바다 위로 분출해 제주를 만든 건 한라산이지만 그 위에 곶자왈(용암이 흐른 암괴지대에 형성된 자연림)과 용암계곡을 만들어 땅에 생명의 기운을 심고 키운 것이 오름이다. 오름에서 제주 사람들은 땔감과 산나물을 얻었고 소나 말을 키웠다. 4·3사건의 현장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거대한 땅굴진지였다.

오름은 문법으로는 ‘오르다’의 명사형이지만 제주에서는 악(岳), 봉(峰), 뫼(山)의 뜻으로 불린다. 분화구 모양에 따라 원형 말발형 원추형 복합형 등으로 나뉜다. 한라산 백록담을 제외하고 소(小)화산체 368개가 산재해 있다.

오름이 없다면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에 오를 수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오름에 내리는 비는 필터 역할을 하는 송이를 거치며 오염물질이 걸러져 지하수를 청정하게 만든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나서 자라고 뼈를 묻는다고 할 만큼 생활의 터전이자 자연 자원의 보고다.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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