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개혁카드 ‘홍명보 전무’… 팬들의 열망 ‘변화’ 이끌어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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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인적 쇄신’ 약속 따른 파격 발탁, 당초 축구 행정가 꿈꿔 다소 먼 길 돌아온 셈 “성적 따라 좌우되는 협회 신뢰 회복 최우선”
2014 브라질 월드컵 부진, 불명예 퇴진은 부담

“한국 축구의 신뢰 회복과 함께 축구 밑바닥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축구 행정가로 돌아온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8·사진)은 한국 축구 바로 세우기를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이어진 대표팀의 부진과 치밀하지 못한 행정으로 쏟아진 팬들의 비판에 대한 변화 카드로 8일 인적 쇄신안을 발표하며 홍 전 감독을 전무이사로 선임했다. 전임 전무에 비해 축구인으로 2, 3대 뒤 세대라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신임 전무는 “해보지 않은 영역이라 부담스럽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사실 이날 홍 전무 선임에 대해 일부 팬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홍 전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사령탑으로 16강 실패의 부진에 이어 협회 내부 알력으로 유출된 ‘브라질 회식 동영상 파문’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고 물러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촉망받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에 사상 첫 동메달을 안긴 영웅이 한순간 ‘역적’이 된 셈이다. 개혁에 앞장서야 하는 홍 전무로서는 과거에 남긴 이런 부담도 함께 극복해야 한다.

홍 전무는 4일 전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함께 일해 보자”고 제안했을 때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협회도 부담스럽긴 했지만 팬들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줄 인물로 홍 전무를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선수와 감독, 장학재단 이사장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 홍 전무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인재”라고 설명했다. 홍 전무는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이 전체적으로 안 좋다. 어려운 자리이고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내 경험을 살려보고 싶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홍 전무는 다소 먼 길을 돌아온 셈이다. 그는 당초 지도자보다는 행정가를 꿈꿨다. 1990년 이탈리아부터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볐고 일본과 미국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자연스럽게 지도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홍 전무는 각급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가 모두 즐거워하는 축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행정가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홍 전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둔 2005년 한국 대표팀 ‘본프레러호’가 흔들리며 협회가 요청을 하자 흔쾌히 ‘딕 아드보카트호’에 코칭스태프로 합류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20세 이하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그리고 성인 대표팀까지 지도했다.

“한 바퀴 돌아온 느낌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협회 행정이라는 게 현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뭘 원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한국 축구가 제대로 나아가도록 내 경험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겠다.”

홍 전무는 “만일 지도자를 안 했다면 두려워서 전무 자리를 회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전혀 모르고 행정을 펼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좌우되는 협회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 저변 활성화에 더 무게를 뒀다. 홍 전무는 “한국 축구를 지탱해 주는 밑바닥의 선수와 지도자들이 맘 놓고 축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 저변이 탄탄하지 못하면 대표팀도 흔들린다는 생각이다.

한편 협회는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으로 한국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로 활약한 박지성(36)을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전무이사를 보좌할 신설 사무총장엔 전한진 협회 국제팀장(47)을 승진 발령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홍명보#축구 행정가#대한축구협회#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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