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하윤수]시도교육청 권한 줄이고 학교 자율화 정착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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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새 정부 들어 유초중등 교육의 지방 이양이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교육부가 교육자치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구체화에 나섰다. 이 때문에 교육행정기관의 권한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제도는 교육행정 권한을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단위학교로 하향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마치 다양성과 자율화를 살린다는 지방교육자치 정신에 부합한 듯 보인다.

우리 교육 변천사를 들여다보면 지방 이양과 자율화는 정권마다 늘 주요 과제로 다루어져 왔다. 다만, 통제의 주체만 변경되었을 뿐 학교 단위까지 내려가지 못해 교육청 등 특정 조직의 권한만 비대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1995년 초중등 교육 패러다임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학교의 다양성과 책무성을 제고하겠다며 ‘5·31교육개혁’안이 발표되었으나 국가 주도의 개혁 방식과 관료적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8년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은 초중등 교육에 관한 정책 수립과 집행 등을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이양하고, 관련 규제를 철폐하여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두었다. 이 계획에 따라 초중고 학교 평가 권한, 교장 임용, 시도 국장급 장학관, 연수원장 임용권 등 교육부 권한들이 시도교육청으로 대폭 이양되었다. 그러나 학교 입장에서는 장관에서 교육감으로 통제 주체만 바뀌었을 뿐이고, 되레 권한이 시도교육청에 집중되는 병목현상이 발생된 셈이다.

여기에 직선 교육감들은 교육자치의 이름으로 그들의 정치 이념, 교육철학을 권한 이양에 투영함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가 떠안았다. 9시 등교제 강행,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무상급식 확대 등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감, 시도지사와 교육감 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에 학교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막강한 인사와 재정 권한을 쥐고 있는 시도교육청 앞에서 단위학교의 책임경영과 자율을 운운하는 것은 한낱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교육의 본질은 사라지고, 교육감의 정치 성향에 따른 정책들이 교육 수요자의 요구로 둔갑해 확대 재생산되었다.

어떤 경우는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밀어붙이기도 했다. 9시 등교제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9조에 ‘수업의 시작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교육감이 이를 무시하고 강압하는 등 학교 자율화에 역행했다. 또 교장 공모제도 시행 여부를 학교에서 결정해야 하지만 강제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이처럼 중앙정부 권한 이양과 규제 철폐를 내걸었던 학교 자율화는 오간 데 없고, 오히려 시도교육청 권한만 비대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재인 정부는 비대해진 교육청 단위의 권한 병목현상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학교가 허수아비가 되는 교육자치는 사라져야 하며, 학교장을 중심으로 하는 책임경영의 진정한 풀뿌리 교육자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시도교육청#초중등 교육#학교 자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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