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디지털시대 동네서점이 되레 늘어나는 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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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상력과 개념화 능력,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결국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게 오감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육체적인 존재다.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어크로스·2017년)》

돈을 벌기는커녕 유지하기도 빠듯하다는데, 점포 수가 자꾸 늘어나는 업종이 있다. 바로 서점이다. 동네서점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는 퍼니플랜이 최근 발표한 ‘2017 독립서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1년 이내 연 서점은 53개로 일주일에 하나씩 오프라인 서점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시내의 대형서점조차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힘겨워하는 판에 동네서점이라니. 큰 폭의 할인과 서점을 연계한 각종 쿠폰 등을 앞세운 온라인 서점의 위상 앞에서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장 망할 것 같다는 짐작과는 달리, 소규모 동네서점을 방문해 보면 오히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지는 강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서가와 카운터 사이가 가깝다 보니 책을 고르는 중에 서점 주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동네 단골과는 퇴근길에 종종 마주친다. 동네서점에서 독서모임 등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는 서울 동대문구의 아무책방이나 서대문구의 유어마인드 등 동네서점들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곳으로 꼽힌다.

동네서점의 증가세는 디지털 사회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동네서점을 방문한다는 것은 사람 냄새와 작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을 그리워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온라인 서점도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이 적용돼 책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지만, 이는 대화를 통해 동네서점 주인이 추천해 주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온라인 서점은 그동안 구매한 책의 패턴을 분석해 내가 지금껏 읽어 왔던 책과 비슷한 책을 권해 준다. 반면 서점 주인의 추천에는 의외성이 숨어 있다. 우연한 발견에서 기쁨을 느끼는 어린아이.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동네서점 열풍은 한 사례일 뿐이다. 디지털의 압도적인 효율성을 확신하고, 전 산업의 디지털화를 외치던 한국 사회가 피로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바로,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될 조짐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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