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조선 노비는 양반에게 무조건 복종만 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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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의 조선사: 지배 권력에 맞선 백성의 열 가지 얼굴/조윤민 지음/1만8000원·440쪽·글항아리

미디어에 등장하는 노비나 양인 등 하층민들은 주인 나리께 충성을 바치며 신분제 사회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조선시대 양반들은 집안 노비를 다루는 데 애를 먹었다. 먼 고을에 심부름을 보내면 돌아오는 길에 선물로 받은 귀한 준치를 구워 먹고는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일하기 싫어 꾀병을 부리기도 했다. 양반은 혼자 보는 일기에나 ‘밉고도 밉다’고 소심하게 분풀이를 해볼 뿐이다. 겉으로는 죽은 노비에게 관을 짜주고 재물을 내어 장사도 후하게 지내준다. 노비의 노동력을 붙잡아 두고 최대한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KBS 일요 스페셜’, EBS ‘역사 속으로의 여행’ 등 20여 년 동안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한 저자가 펴낸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4부작 중 두 번째다. 지난해 출간된 ‘두 얼굴의 조선사’가 지배층의 이중적인 통치 전략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역학 관계에 더 초점을 맞췄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의 백성들은 지배층의 제도와 규칙에 순응하기도 했지만, 때론 그들과 결탁하거나 그들에게 반항하기도 했다. 인간으로서 본능과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나 요구사항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전달됐다. 이에 권력자들이 ‘덕치’로 반응하면서 역사는 진보하고 발전해 나갔다. 그들도 폭력이나 억압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다.

조선왕조실록, 비변사등록 등 사료와 전문 학술 자료를 참고하고 저자가 배경 묘사 등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체로 구성한 ‘에피소드’ 코너가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농민, 하역 인부, 유랑 예인, 기생, 백정 등 다양한 민초들의 삶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모멸의 조선사#조윤민#조선 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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