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다름을 꿈꾸면서 같기를 바라는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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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링/켄지 요시노 지음/김현경, 한빛나 옮김/368쪽·2만2000원·민음사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소수자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다름’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완전한 주류’란 드라마에나 존재하는 판타지에 가깝다. 아니, 오히려 완전한 주류가 비정상인지도 모른다.

‘커버링’은 주류와 비주류에 관한 사려 깊은 논의를 담고 있다. 게이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인 저자는 ‘더블 소수자’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뉴욕대 헌법학과 교수인 그가 로스쿨에 진학했던 것도 법이 자신을 무장시켜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소수자들이 어떻게 사회에서 꾸준히 분리되는지 설명한다. 예전에는 게이들이 정체성을 숨기고 살았다면 이제는 숨기지 않아도 그것을 자랑스럽게 드러낼 수는 없다. 이를테면 동성 연인과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거나 사교 모임에 파트너를 데려가는 것을 꺼리는 상황 같은 것들이다. 이는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면 알게 모르게 받게 되는 불이익 때문이다. 이런 불이익은 판례로도 뒷받침된다. 법은 정체성을 차별하진 않지만 소수자들의 행위는 차별한다. 그 기저에 ‘동성애자로 사는 건 좋지만 나대지는 말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모두가 주류와 같아야 한다’는 동화주의적 사고로 귀결된다.

시인을 꿈꿨던 저자가 문학과 법적 언어 사이를 오가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있는 그대로 당신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움직임은 우리 모두가 나답게 살 권리를 만드는 일이다. 흑인과 여성 인권운동이 그렇게 세상을 바꿔온 것처럼 말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커버링#켄지 요시노#김현경#한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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