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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 등 경영능력 갖춰야 ‘이윤-가치’ 동시 이룰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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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 등 경영능력 갖춰야 ‘이윤-가치’ 동시 이룰수 있어

김성규기자 입력 2017-10-25 03:00수정 2017-10-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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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下> 준비된 기업가가 필요하다
KAIST, 사회적기업가 MBA강의 24일 서울 동대문구 KAIST 수펙스경영관에서 이지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뒤)가 사회적기업가 MBA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사회적 기업가는 일반 활동가와 달리 혁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혁신을 하려면 큰 기업처럼 돈을 많이 투자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4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AIST 수펙스경영관에서 진행된 ‘사회적기업가 MBA’ 수업 현장을 찾았다. 이지환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강의에 20여 명의 학생이 귀를 기울였다.

이 교수는 사회적 기업가가 맞닥뜨릴 현실적인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돈 문제다. 그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기대만큼 혁신이 안 되면 규모가 영세하고 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곤 한다”며 “그러나 버려지는 소방용 호스와 가죽 시트로 가방을 만드는 영국 ‘엘비스 앤드 크레세’나 한국 ‘모어댄’같이 시각만 바꾸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사회 활동가가 아닌 기업가를 키우기 위해 개설된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창업 특화 MBA(경영대 석사과정)다. 2012년 SK행복나눔재단이 KAIST와 함께 개설해 지금까지 총 49명의 졸업생 중 42명이 창업에 성공하고 15억 원의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SK는 이 과정 학생들의 수업비를 전액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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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함께 꿈 펼쳐요” ‘취미 정기구독 스타트업’ 하비풀의 양순모 대표가 서울 성동구 사무실 앞에서 자수와 뜨개질 등의 제품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해 초 졸업한 뒤 6월 ‘하비풀’을 창업한 양순모 대표(30)도 혜택을 본 사람 중 한 명이다. 하비풀은 ‘취미를 정기 구독한다’는 개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뜨개질, 자수, 가죽공예 등을 할 수 있는 재료를 매달 보내주고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 강의로 알려준다. 창업 첫 달 500명 정도이던 월 구독자는 10월 1500명을 돌파했고 점점 단체 주문도 늘고 있다. 구독자들에게 보낼 재료를 포장하는 작업을 고령자들에게 맡겨 일감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23일 하비풀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성동구 사회적 기업 집합 건물인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양 대표는 이윤과 사회적 가치 창출 두 가지 측면에서 사회적기업가 MBA를 다닌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부터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긴 했지만 기업 활동으로 도울 방법을 알기는 힘들었다. “교수님들이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을 정말 꼬치꼬치 물어보셨어요. 토론을 하면서 일할 의지가 있는 분과 없는 분, 기술적인 역량이 있는 분과 없는 분 등으로 내가 일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세분하고 범위를 한정해 나갔습니다.” 양 대표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자리 창출의 대상을 좁혀 나갔다. 그는 “처음에는 일할 의지가 없는 분도 포함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돕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적은 숫자라도 제대로 돕고 나머지는 복지의 영역으로 두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활동가에서 기업가로 바뀐 셈이다.

사회적 기업 창업을 장려하고 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실제 투자 유치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교육은 취약한 실정이다. KAIST와 숭실대, 이화여대, 한양대를 비롯해 대구가톨릭대, 한신대, 성공회대 등 대학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관련 과정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사회적 기업은 정부 보조금 및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는 복지단체나 비정부기구(NGO)와 달리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탄탄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규모를 키울 경영능력이 필요한데 아직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은 영세한 실정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결국 기업가로서의 정신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 양성이 해법이다. 사회적 기업 지원 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적 기업계에서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나 상장 등 성공적인 엑시트(자금 회수) 사례가 나오지 못한 것도 사회적 기업가에 대한 경영 수업의 필요성을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가뿐만 아니라 이들을 도울 민간투자자(액셀러레이터) 등 중간 지원기관을 양성하는 것도 숙제다.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사회적 기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해 특히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원래 하던 일이 잘 안돼서 하는 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며 “인식이 개선돼야 훌륭한 인재들이 사회적 기업에 더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사회적 기업#카이스트#mba#kaist#하비풀#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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