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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르 클레지오 “이 작품을 제주해녀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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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르 클레지오 “이 작품을 제주해녀에게 바칩니다”

손효림기자 입력 2017-10-20 03:00수정 2017-10-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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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소재 ‘폭풍우’ 국내 출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7·사진)가 제주 해녀에게 영감을 받아 쓴 소설 ‘폭풍우’(서울셀렉션)가 최근 국내 출간됐다. 책의 첫 페이지에는 ‘제주 우도의 해녀들에게’라는 헌사를 실었다.

여덟 살 때 잡지에서 본 제주 해녀의 사진과 기사에 사로잡혔던 르 클레지오는 2007년 처음 제주를 찾았다. 이후 수차례 제주에서 해녀들을 만나며 맨몸으로 전복과 문어 등을 잡는 모습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르 클레지오는 2011년 명예 제주도민이 됐다.

‘폭풍우’는 우도를 배경으로 해녀 어머니와 사는 열세 살 소녀 준과 세상을 떠난 연인의 흔적을 찾아온 전직 종군기자 필립 키요를 통해 생의 의지를 그렸다. 흑인 군인인 생부에게 버림받은 준은 낚시를 하던 키요와 만나 조금씩 가까워진다. 베트남전쟁을 취재하던 중 군인들이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을 방관한 죄로 옥살이를 한 키요는 사랑했던 연인마저 함께 여행 온 우도의 바다에 몸을 던지자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다.

준과 키요의 시선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우도의 바다 내음과 해녀들이 물질하는 광경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아후히히’, ‘이야’ 등 해녀들이 바다 위로 올라와 내뱉는 숨비 소리가 원시 언어처럼 들려오고, 바다 위에서 쉴 때 쓰는 색색의 테왁이 파도에 출렁인다. 목이 거북처럼 주름지고 손톱은 다 까진 늙은 해녀들은 따 온 소라와 전복을 평평한 바위 위에 널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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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의 바다와 해녀들이 뿜어내는 생명과 성장의 힘은 작품에 그대로 투영됐다. 준은 자신을 괴롭히던 남자아이를 혼내주는 키요에게서 아버지 같은 사랑을 느끼지만, 훌쩍 떠나버린 그를 보며 비로소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키요는 에너지를 한껏 머금은 준과 함께하며 차츰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본다. 우도의 풍경 속에서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보노라면 제주에 대한 작가의 진한 애정이 느껴진다.

르 클레지오가 서울을 배경으로 쓴 ‘빛나’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빛나 언더 더 스카이(Bitna Under the Sky)’도 12월에 국내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제주해녀#소설 폭풍우#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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