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이한일]동화마을 백일홍길을 꿈꾸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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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일
강원 홍천군 내촌면 ‘동화마을 사업’은 금년 초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이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 사업은 2년 전 중앙부처의 ‘마을 만들기’ 사업에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가족 단위 야영객, 단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영장과 객실을 제공하고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산림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폐교를 보수하고, 체험장 전시장을 건립하고 내촌천을 가로지르는 보행교를 만들어 강을 따라 산책로도 만들 것이다.

몇 가지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은 확정되었고, 운영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좀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깨끗한 하천과 각종 나물과 약초, 버섯들이 지천인 앞산 뒷산을 활용하면 그야말로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을 이루어 나갈 수 있으리라.

물론, 처음이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시설관리자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아가고 업그레이드할 운영자, 마케팅 전담가들도 확보해야 한다. 몇 차례 마을회의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은 마을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이 커지기보다 우리 마을에서 알차게 운영할 수 있는 적당한 규모로 운영됐으면 하는 것이다. 관광지화되어 버린다면 지금의 평온하고 정감 있는 마을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다. 지난주 개띠 이장님과 몇 대째 농사짓고 있는 김 사장, 펜션 운영 대표, 수년 전 귀촌한 염 선생 부부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내년에는 마을 입구부터 길을 따라 백일홍을 심어 보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좀 더 확실히 다지고, 마을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작고 쉬운 일부터 시작해 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모두들 긍정적인 표정은 지으면서도 흔쾌한 동의는 없다. 아마 ‘다른 주민들이 함께할까?’ ‘농사짓기 바쁜 계절에 꽃 심을 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 같다.

동화마을에 가득한 백일홍! 아니, 꼭 백일홍이 아니라도 좋다. 코스모스는 너무 많아 그렇지만 해바라기도 좋고, 메리골드도 좋다. 무언가를 주민 모두가 함께 하고, 앞으로도 같이 관리해 나가고, 그것이 마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금년이 다 가기 전에 우선 다섯 집을 설득해야겠다.

얼마 전엔 땅콩을 수확했다. 165m² 남짓(50여 평)밖에 안 되지만 아내와 둘이 호미를 들고 밭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쉬엄쉬엄 하다 보니 이틀이나 걸렸다. 금년 겨울에도 고소한 땅콩과 고구마, 그리고 밤이 있어 길고 하얀 겨울밤을 포근하게 지낼 수 있겠다.
 
이한일

※필자는 서울에서 35년간 일하다 강원 홍천으로 이주해 농산물을 서울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홍천 동화마을 사업#마을 만들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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