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은 인권침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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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에 위자료 10만원씩 지급 판결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은 인권침해라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송경동 시인(50) 등 4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정부가 송 씨 등에게 각각 1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이른바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 시인 등은 그해 6∼10월 다섯 차례 불법 집회와 시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50만 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유치장을 향해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용변 보는 모습 등이 실시간으로 녹화됐다.

1, 2심은 “국가가 개방형 화장실 사용을 강제한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인격권 침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어긋나는 공권력 행사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CCTV 촬영은 “유치장 수용자 계호를 위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며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개방형 화장실은 유치장 밖에서 용변 보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구조다. 칸막이가 있긴 하지만 좌변기에 앉았을 때 다리나 머리가 드러난다. 또 용변 냄새와 소리를 밖에서 그대로 맡고 들을 수 있다.

경찰은 2015년부터 전국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을 폐쇄형으로 바꾸고 있다. 전국 경찰관서 유치장 화장실 664개 중 105개는 자살 우려가 있는 사람을 수감하는 보호유치실 화장실이다. 이를 제외한 559개 가운데 414개는 이미 폐쇄형으로 고쳤다. 남은 145개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폐쇄형으로 바꿀 예정이다.

배석준 eulius@donga.com·조동주 기자
#유치장#화장실#인권침해#개방형 화장실#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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