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직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전문성 키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주식이 가진 본질 가치를 기반으로 주식 투자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수천, 수백 개의 주식을 심층 분석해야 한다. 현재 주가, 배당액, 수익률, 위험 등 각종 정보를 면밀히 수집, 분석,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선 대개 ‘휴리스틱(어떤 사안에 대해 엄밀하게 분석하기보다 즉흥적,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의사 결정 방식)’이라는 무의식적이고 단순화된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 투자에서 많이 사용되는 휴리스틱의 하나로 ‘기업명 효과’라는 게 있다. 투자자들이 기억하기 쉽고 발음이 편한 기업명을 가진 주식일수록 호감을 느끼거나 선택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나스닥 시장에서 통용되는 애플(Apple)의 기업명 약자(티커·ticker)는 APPL이다. Apple이라는 본명에서 ‘e’가 빠졌지만 누가 봐도 애플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애플의 티커가 AEFFEL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업명 효과에 의하면 이 경우 애플의 거래량이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명 효과가 모든 주식 투자자에게 똑같은 영향력을 행사할까? 미국 시턴홀대 연구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주식 투자자의 교육 수준과 전문성이 높을수록 기업명 효과의 영향력이 약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분석 결과 일반 투자자들은 발음하기 어렵거나 무의미한 문자의 나열로 이뤄진 기업명을 가진 주식보다 발음하기 쉽거나 의미 있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기업명을 쓰는 주식을 더 많이 매수했다. 반면 전문 투자자는 이 같은 ‘발음 휴리스틱’을 주식 매매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 모두 소위 ‘광고 휴리스틱’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광고 횟수가 적은 기업보다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쉽게 기억나는 기업)의 주식 거래량이 월등히 많았다.

전문 투자자건 일반 투자자건 휴리스틱의 유혹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투자자가 전문성을 얼마나 갖췄느냐에 따라 비합리성의 정도나 투자의 결과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직관#전문성#주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