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사장, 장하성라인 지고 문재인 캠프출신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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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했던 김광수 후보 사퇴… 김성진 前조달청장 급부상

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27일 후보 지원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26일 마감된 2차 공모 때 지원한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라인과 문재인 캠프 라인 간의 ‘힘겨루기’에서 캠프 측이 기선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에 따르면 김광수 전 원장은 이날 ‘일신상의 이유’로 후보에서 사퇴했다. 김 전 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유능한 지원자들이 많아 후보를 사퇴했다”며 “개인적인 판단이며 외부의 압박을 받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의 후보 사퇴에 따라 김성진 전 청장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26일 마감한 후보 공모자 중 비공개 명단에 포함됐다. 전북 김제 출신인 김 전 청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수석전문위원과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 조달청장을 지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된 뒤 전 정부 인사로 분류돼 10년간 이렇다 할 보직을 받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 공약 마련에 힘을 보탰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동문인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도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2015년 금융투자협회장 자리를 놓고 황영기 현 회장과 경쟁을 벌였다.

차기 거래소 이사장 인선 과정에서 공모가 두 차례나 진행되고 일부 지원자가 중도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관장 중에서도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연봉이 높아 ‘꽃보직’으로 꼽히는 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놓고 정권 실세들 간의 파워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라인이 부딪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에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지낸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낙마한 뒤 장하성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인 최흥식 현 금감원장이 내정되자 문재인 캠프 쪽 인사들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거래소 이사장 후보에 장 실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광수 전 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금융권 인사를 독식한다”는 뒷말이 캠프 쪽에서 나왔다. 후추위는 다음 달 11일 3차 회의를 열어 서류심사를 한 뒤 24일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다.

한편 5개월 넘게 수장 공백 상태에 있는 Sh수협은행은 27일 오전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고 후보를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공모 기간은 28일부터 10월 12일까지로 기존 지원자도 다시 응모할 수 있다. 후보자 면접일은 다음 달 18일이다.

올해 2월 차기 은행장 선임 작업에 들어간 수협은행은 지금까지 두 차례의 행장 후보 공모와 12번이 넘는 회의를 거쳤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수협은행 정관에 따르면 행추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후보자가 된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추천한 정부 측 위원 3명과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 수협 측 위원 2명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 측은 이원태 전 행장의 연임을, 중앙회 측은 수협 출신인 강명석 수협은행 상임감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수협중앙회지부는 “수협은행장으로 금융전문가가 아닌 정치인 관료 출신의 관리형 낙하산을 염두에 두고 짜 맞춰진 각본에 의해 재공모를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모 기자
#한국거래소#문재인 캠프#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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