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퇴사 후 떠난 봉사활동… 삶의 의미를 돌아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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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송은정 지음/297쪽·1만4000원·북폴리오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로 살아가며 쳇바퀴 돌 듯 지친 삶을 살아가던 저자의 유일한 돌파구는 고작 다른 출판사로의 ‘이직’이었다. ‘회사만 바꾼다고, 과연 행복해질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고민 끝에 스물일곱 살의 저자가 찾은 해답은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장애인 공동체 ‘캠프힐’이었다.

책은 저자가 캠프힐에서 1년여간 자원봉사자인 코워커로 살아가며 겪은 일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었다. 총 3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책 구석구석에는 캠프힐의 사람들과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배치돼 있다.

캠프힐은 독특한 공동체 마을이다. 고풍스러운 큰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각 집마다 관리인이자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하우스페어런츠,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코워커와 장애인이 공동생활을 한다. 대부분의 먹거리는 농장과 목장을 운영하며 얻고, 생필품도 마을 공동 상점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일종의 자급자족형 마을이다. 저자는 덴마크 출신 하우스페어런츠, 자폐증을 겪는 안나, 세상을 모두 납작한 평면으로만 인식하는 장애를 지닌 크리스틴 등 총 9명의 식구들과 1년여간 살아가며 느리지만 서툰 슬로 라이프를 몸소 체험한다.

저자는 평온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대자연 속 캠프힐에서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가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경험한다. 성공을 향해 달려야 하는 지친 삶이 아닌 나를 찾아가는 삶의 여유와 가치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매일 한 뼘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저자의 선택이 쉬운 결정은 아니기에,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전문 작가가 아님에도 저자의 필력이 상당한 점도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송은정#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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