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북한여행 다녀온 미국인의 눈에 비친 북한 모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2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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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마치 거품에 갇힌 느낌이었어요.”

미국이 1일부터 자국민에 대한 북한 여행 금지령을 내린 가운데, 발효 직전인 지난달 26일 사흘 간 북한을 여행한 알리 카림 씨(34)는 북한 사람들을 본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직업인 의사를 그만 두고 7개월 전부터 전 세계를 여행 중이다. 카림 씨는 “북한은 밖에서 볼 때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며 북한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3박 4일 간 북한의 평양과 개성, 비무장지대 인근을 여행했다. 그가 찾은 개성의 한 식당에선 여성들이 흥겨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펼쳤다. 평양의 한 광장에선 각각 정장과 한복을 입은 남녀 수백 명의 군무를 감상했다.



미국인의 눈에 비친 북한은 평화로우면서도 신기한 나라였다. 평양 도착 후 그는 “크고 멋진 빌딩이 있는 수도의 느낌이었다”며 “멋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가 만난 북한 사람들은 모두 대화도 많이 하고 행복해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외부와 단절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거품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며 “그들이 바깥을 전혀 보지 않고 그들이 갖지 못한 것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 여행 금지령을 내린 주된 이유는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 사건이었다. 미국 여행 중 북한에 억류됐던 웜비어 씨는 식물인간으로 귀국한지 6일 만에 숨을 거뒀다. 북한 여행을 꺼릴 법도 했지만 카림 씨는 “걱정은 됐지만 무섭진 않았다. 그들이 의심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전쟁을 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가 만난 북한 사람들 중 한 명이 그에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물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 것을 얘기하면서 그들도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은 미국인인 나에게 통일을 원한다고 했지만 미국은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도 했다.


카림 씨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29일 오전 북한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그 소식을 들었는지 묻자 그는 “북한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고 중국에 와서야 그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각 북한은 조용한 분위기였다”며 “베이징에 도착한 뒤에야 동행했던 사람이 소식을 전해줘 알게 된 뒤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카림 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스스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베이징=정동연 채널A 특파원 c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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