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상공에 ‘드론’ 띄워 범죄 막는다 …실시간 영상 전송으로 감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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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제실입니다. 현재 운동장에서 수용자가 외부에서 던진 부정물품을 습득해 드론이 추적 중이니 기동순찰팀 대원들은 현장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31일 경기 안양교도소 운동장. 수용자 A 씨가 5m 높이의 교도소 담장 너머에서 던진, 담배가 든 테니스공을 받는 장면이 드론에 포착되자 경고 방송이 울려 퍼졌다. 120m 상공에 떠있던 드론이 위잉 하며 A 씨를 향해 재빨리 하강했다. 당황한 A 씨는 도망쳐 봤지만 드론을 따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겁에 질린 A 씨의 표정과 도망치는 모습은 중앙통제실에 고화질(HD)영상으로 실시간 전송됐다. 곧 출동한 기동순찰팀 대원들이 A 씨를 제압하기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 안양교도소에서 열린 드론을 활용한 교정시설 경비시스템 현장설명회의 한 장면이다. 법무부는 7월부터 6개월간 경기 안양교도소, 경북 북부제1교도소, 강원 원주교도소 등 3곳에서 드론을 활용한 교정시설 경비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범 운영기간 법무부는 각 교도소마다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DJI사의 최신 모델 ‘인스파이어 2’를 한 대씩 배치했다. 인스파이어 2는 △실시간 영상 전송 △피사체 추적 △장애물 회피 기능 등을 갖췄다. 최대 시속 108㎞로 비행하며 1080p 풀HD 영상을 실시간으로 온전히 전송할 수 있다. 7㎞를 날아갔다가 별다른 조종 없이 복귀하는 ‘리턴 투 홈’ 기능도 갖췄다.

안양교도소는 재소자들이 오전 8시 방문을 열고 외부로 나오는 개방 때와 다시 들어가는 오후 4시 반 폐방 때 20여 분씩 드론을 띄운다. 이 시간 드론은 약 36만㎡의 교도소 상공을 떠다니며 외부활동을 하는 재소자들을 감시한다.

법무부는 시범운영을 통해 ‘대(對)드론 방어시스템’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는 비슷한 사례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마약, 휴대전화 등을 교도소에 밀반입하거나 탈옥을 위해 외부 조력자가 교도소 주변을 정탐하는 사례가 종종 적발된다. 지난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교도소에서는 드론으로 전달한 절단기 등을 이용해 수용자 4명이 도주했다.

이에 대비해 이날 현장설명회에서는 포획용 그물이 달린 방어용 드론을 띄워 외부에서 침입한 드론을 낚아채는 장면도 시연했다. 이밖에 드론은 야간이나 재난 상황 등 교정시설 내부 인력의 사각지대에서도 역할을 하게 된다.

법무부는 드론 활용 능력을 보완해 내년 상반기부터 다른 교정시설에도 드론 경비시스템을 점차 설치해 나갈 방침이다.

윤재흥 법무부 보안정책단장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죄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설 방호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인력 및 비용을 절감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양=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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