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이르면 내년부터 일반고와 동시 선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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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

정부가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 폐지를 위한 첫 단계 작업에 돌입했다. 이들 학교가 보유한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애 이르면 내년 입시부터 일반고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핵심 정책 토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교 체제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입시 경쟁과 학교 서열화를 완화하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학생 동시 선발은 일반고 전환에 앞서 이들 학교로 우수 학생이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교육부는 올 4분기(10∼12월)에 고교 유형별로 전·후기로 선발 시기를 구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르면 2019학년도 고교 입시부터는 외고·국제고·자사고도 일반고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전기와 후기로 나눠 고교 신입생 선발이 진행된다. 특수목적고(외고 국제고 과학고 등)와 영재학교, 특성화고 등은 전기에, 일반고는 후기에 선발한다. 전기 고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져도 후기에 선발하는 일반고 지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선발 방식이 ‘일반고 황폐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 고교가 우수 학생을 선점하면서 일반고의 신입생 선발과 학습 분위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선발 시기가 일원화되면 외고·국제고·자사고 지원자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호도가 높은 외고·국제고·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비선호 또는 원거리 일반고에 배정될 가능성이 커 지원 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자사고는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서울 소재 광역 단위 자사고 22곳의 2017학년도 입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경쟁률이 1.42 대 1로 2016학년도 1.62 대 1보다 떨어졌다. 22곳 중 8곳(36.4%)은 경쟁률이 1.2 대 1이 되지 않아 면접 없이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했고, 5곳(22.7%)은 미달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발 시기를 일원화하면 외고 국제고 등에 대한 선호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별로 다른 선발 방식 등을 고려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 동시 선발이 이뤄질 방안을 찾는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연구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희망하는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대해 재정 결함 보조금,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학교의 폐지를 포함한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은 9월 초 민관합동으로 출범하는 국가교육회의에서 다룰 예정이다.

외고·국제고·자사고가 폐지되면 이른바 ‘강남 8학군’(현재 명칭은 강남학교군) 집중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고 자사고 등이 사라지면 다른 대안이 없으니 교육환경이 나은 강남 지역 고교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지역마다 고교 입시 전형 방식에 차이가 있고 자사고 모집 단위가 전국과 광역으로 구분돼 있다는 점도 동시전형을 진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이런 점 때문에 교육부가 ‘원칙’만 밝히고 구체적 방식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중동고 교장)은 “전·후기를 구분한 것은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였는데, 이 구분을 없애는 것은 명백한 선택권 제한”이라며 “특정 대상을 깎아내려 평준화하려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외고#자사고#일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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