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두 번째 한국계 미국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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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원정군을 이끌고 조선에 와 평양성에서 왜군을 대파한 이여송은 6·25전쟁으로 치면 인천상륙작전으로 단번에 전세를 뒤집은 더글러스 맥아더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그가 뛰어난 장수였다는 공식 기록의 뒷면에는 조선인을 상대로 자행한 횡포가 자자하게 전해 내려온다. 이여송은 명에 귀화한 조선인 출신의 요동총병관 이성량의 아들이다. 고려 말이나 조선 초에 요동으로 건너간 집안의 후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 김 주말레이시아 미국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1년, 한미 수교 이후 1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유창한 미국대사인 만큼 누구보다 한국 입장을 깊이 이해하고 때론 한국 편에 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비슷하게 생긴 얼굴만 보고는 그가 엄연히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미국인 대사라는 점을 잠시 잊고 너무 큰 기대를 건 것인지 모른다.


▷차기 주한 미국대사에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내정됐다고 한다. 임명되면 두 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직접적 위협이 되면서 한미가 그 어느 때보다 협조해야 하고, 어쩌면 대립할 수도 있는 국면에서 대사로 내정됐다. 차 내정자는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국장에 임명됐을 때 “한국에서 내게 갖는 기대를 아마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대사로 내정된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차 내정자의 부친은 1950년대 컬럼비아대 유학생으로 미국에 갔다가 정착했다. 김 전 대사나 차 내정자나 모두 부모님이 한국인이고 부인도 한국인이다. 다만 김 전 대사는 중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다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교포 1.5세대인 반면 차 내정자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 2세대다. 김 전 대사보다 훨씬 더 미국으로 깊이 들어가 있다. 한국어를 하지만 한국의 주미 특파원들과도 한국어로 얘기하지 않는다. 한국계지만 철저하게 미국인인 대사가 오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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