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기간 조직적 대선 개입’ 有罪 원세훈 前국정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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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어제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 4년간 심급별로 판단을 달리했던 ‘2012년 대선 국정원 개입’이 유죄로 확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이처럼 장기간 조직적으로 정치·선거에 관여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기관의 정치 중립과 선거 불개입을 신뢰한 국민에게 충격을 안기는 정당하지 못한 처사”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매일 팀별로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린 사이버 활동은 명백한 선거운동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활동은 “여론 형성에 관여하라”는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의 탈법적인 정치·선거 관여 행태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대단히 충격적이다. 재임 때인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은 30개 팀, 3500명 규모의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 국내 정치 및 선거 관련 이슈에 친(親)정부 성향의 댓글을 달고, 정부 비판 글은 ‘종북 세력의 국정 방해’로 몰아세웠다.

원 전 원장은 직원들에게는 “쓸데없이 말하는 놈은 한 대씩 먹여버려라” “언론이 잘못할 때마다 쥐어 패는 게 정보기관”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는 자세로 종북좌파 세력을 끌어내야 한다” 같은 지시를 수시로 내려보냈다. 심지어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는 “서거 책임은 좌파에 있다는 것을 알리라”고까지 했다. ‘대북 정보 수집’이란 본업은 제쳐놓고 정치에 개입하고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친 원세훈 국정원의 악습은 다시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정보기관의 장(長)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원세훈#공직선거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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