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돈거래’…넥센-삼성도 심판에 송금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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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KIA 이어 충격 일파만파
검찰, 돈받은 전직 심판 영장청구

KBO리그 전직 심판 최규순 씨(51)와 프로야구 구단들 사이의 금전 거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두산, KIA가 최 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30일에는 넥센과 삼성 역시 최 씨에게 돈을 송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로야구 10개 팀 중 4개 팀이 야구 규약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심판과의 금전 거래를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넥센 야구단의 고위급 임원이었던 A 씨는 2013년 11월 급전이 필요하다는 최 씨의 연락을 받고 개인 계좌로 300만 원을 송금했다. 넥센은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자체 조사 때 “최 씨로부터 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적은 있으나 돈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넥센을 떠난 후 현재 다른 종목 프로 구단에서 일하고 있는 A 씨가 최 씨에게 돈을 보냈다는 사실은 최근 검찰 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검찰은 29일 이장석 넥센 구단주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KBO 자체 조사 때 “최 씨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던 삼성도 2013년 10월 최 씨에게 400만 원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최 씨에게 돈을 송금했던 B 씨는 현재 팀을 떠난 상태다. 삼성은 이날 오후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프로야구 구단들이 최 씨에게 보낸 돈은 모두 12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승영 전 두산 사장이 2013년 10월 최 씨에게 300만 원을, KIA 직원 2명이 2012년과 2013년 각각 100만 원을 최 씨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구단 관계자 외 지인들까지 포함해 3000만 원가량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최 씨는 빌린 돈 대부분을 도박하는 데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검찰은 구단들과 최 씨 사이의 금전 거래를 승부 조작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를 심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돈을 뜯은 사기 가해자로, 그에게 돈을 송금한 구단 관계자들을 피해자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최 씨가 도박에 빠져 상습적으로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정말 급한 일을 당한 줄 알고 돈을 보낸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날 상습사기 및 상습도박 혐의로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헌재 uni@donga.com·전주영 기자
#돈거래#kbo리그#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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