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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차별 욕설·비매너 관중’ 선수들이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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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차별 욕설·비매너 관중’ 선수들이 멍든다

홍재현 기자 입력 2017-08-31 05:30수정 2017-08-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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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경기에서 김재환을 향해 폭언과 욕설이 쏟아지자 경기가 중단되고 있다. 사진|KBSN SPORTS 캡쳐

한국프로야구가 2년 연속 800만 관중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맥주 캔과 컵라면이 그라운드로 날아들고 구단버스가 불타올랐던 1980~1990년대와 달리 관중들의 관람문화는 한층 성숙해졌다. 한국야구가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두면서 여성 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이 많아진 덕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 때문에 선수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에서 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7회말 심판의 애매한 판정번복으로 인해 5-4로 두산이 역전한 후 맞은 8회초, 외야에 있던 일부 팬들이 좌익수 두산 김재환을 향해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김재환이 어필해 경호원들이 투입됐고, 소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3루 쪽 관중들이 조롱하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에 팀 동료 오재원이 분개하면서 경기는 또 한 번 중단됐다.

사실 이번처럼 공론화가 되지 않았을 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이런 일을 자주 겪는다. 올해만 해도 LG 이천웅이 7월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계속된 욕설과 막말을 일삼았던 한 관중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거론하면서 인신공격을 하는 팬의 행패를 참다못해 심판에게 어필해 조치를 취했지만 받은 상처를 되돌릴 순 없었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자이언츠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29일 경기에서 두산 좌익수 김재환에게 야유와 욕설을 날린 자리에 두산 팬들이 김재환을 응원하는 문구를 들고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김재환은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선수도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돼 있다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욕설을 감당해야 할 의무는 없다. A구단 외야수는 “내가 못해서 욕하는 건 상관없는데 가족까지 거론하면서 욕설을 하면 참을 수 없게 된다”며 씁쓸해 했다. 비단 선수들뿐만 아니다. B구단 감독은 “덕아웃 뒤쪽에 전용석이 있는 것 같다. 늘 거기에 앉아서 경기마다 선수기용이나 작전에 대해 욕을 하는 관중들도 있다”고 허탈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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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언어폭력뿐만 아니다. 이물질을 투척하는 경우도 있다. 2011년에는 두산 소속이었던 김현수(현 필라델피아)가 사직 롯데전에서 관중이 던지는 동전에 맞은 사건이 있었다. 선수들은 “언젠가 먹던 닭뼈를 던지는 관중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화 배영수는 삼성 시절 원정경기를 마치고 구단 버스에서 탑승하기 위해 구장을 빠져나가다가 팬에게 뒤통수를 가격 당하기도 했다.

건전한 비판은 돈을 내고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비난과 욕설은 선수들과 프로야구를 멍들게 한다. 프로야구 원년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었다. 몰지각한 행동으로 선수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는 일은 어린이들의 꿈을 짓밟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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