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감독, 롯데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 가능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31일 05시 30분


롯데 조원우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롯데 조원우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롯데에 없는 것이 ‘장수감독’이다. 1982년 KBO 출범에 맞춰 창단한 롯데는 긴 전통을 갖췄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감독의 수명이 짧았다. 감독 대행만 무려 8명에 달한다. 강병철 감독은 세 차례에 걸쳐 롯데 지휘봉을 잡는 흔치 않은 일도 있었다. 김용희 감독도 대행을 포함하면 간격을 두고, 두 번 수장을 맡았다. 어지러운 감독 교체는 곧 이 팀의 일관성이 그만큼 결여됐음을 의미한다.

이런 롯데는 2015년 10월 조원우 감독(46)을 선임했다. 길지 않은 2년의 시간을 줬다. 전임 이종운 감독에 이어 또 다시 감독 경험 없는 코치 출신을 선택했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2016년 조 감독은 어느덧 임기 마지막 시즌의 갈림길에 섰다.

롯데 조원우 감독. 스포츠동아DB
롯데 조원우 감독. 스포츠동아DB

● 롯데 역사상 최장수 감독 탄생 볼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롯데는 감독 재계약 자체가 희귀한 팀이었다. 롯데의 융성기를 이끌었던 로이스터 감독조차 2008~2010시즌까지만 맡았다. 2009년 계약 만료 뒤, 이례적인 1년 재계약이었다. 롯데 역사상 최고 승률을 기록한 양승호 감독(2011~2012시즌)도 채 계약기간 3년을 다 못 채우고 내려왔다. 김용희 감독이 1994시즌부터 1998년 6월 퇴임까지 4시즌을 약간 넘긴 것이 역대 최장 재임 기록이었다.

이런 롯데에서 조원우 감독이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고,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2012시즌을 끝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롯데에 큰 선물을 안겨준다면 재계약 가능성이 올라간다. 관례적으로 재계약은 2~3년이 보장된다고 볼 때, 조 감독이 ‘감독들의 무덤’인 롯데에서 생존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 롯데 로이스터 감독. 스포츠동아DB
전 롯데 로이스터 감독. 스포츠동아DB

● 학습능력 가미되는 조 감독의 독기

전통적으로 롯데는 ‘외풍’에 많이 휘둘리는 팀이었다. 그러보다니 연속성이 떨어졌다. 롯데에서의 2년 경험은 조 감독과 롯데의 자산이다. 게다가 관건인 성적이 나오자 롯데 외곽에서 나돌던 ‘풍문’도 잠잠해지고 있다.

40대 중반 나이에 감독이라는 왕관을 쓴 조 감독도 커리어를 고려할 때, 배수진을 칠 상황이다. 활로는 오직 5위 이상의 성적뿐이다. 이런 조 감독이 29일 두산전에서 이례적으로 ‘8분 항의’를 했다. 5분을 넘기면 퇴장 규정이 있음에도 격렬히 저항했다. 심판진은 퇴장 조치를 내리진 않았다. “규정대로 안한 것은 불찰”이라고 인정했지만 조 감독이 의사를 표시할만한 상황이었음을 일정부분 반영한 것이다. 어쨌든 심판 판정이 롯데에 불리하게 나오더라도 큰 제스처를 보여주지 않았던 예전과 다른 면모다. 조 감독은 “이제 20여 경기가 남았다. 5할 승률이 일차목표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나직하나 단호하게 말했다. ‘롯데는 강한 감독이 와야 한다’는 일각의 시선이 무색하게 조 감독의 합리적 리더십 아래에서 실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 감독과 롯데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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