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헤드킥] 몰카 의심·스파이 걱정…노이로제 걸린 케이로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한국 축구 대표팀과 이란 축구 대표팀이 30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란 축구 대표팀 케이로스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고 있다. 파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란이 고른 훈련장 ‘공개 비난’ 여론몰이
훈련 취소·기자회견 지각 등 얄미운 행보

참 알다가도 모를 팀이다.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전혀 예측하기 힘든 행보의 연속.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리 대표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르기 위해 온 이란 대표팀의 얘기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에게는 이란과의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4) 감독이 이란 사령탑에 오른 이후 4차례 맞붙어 모두 패했다. 몸싸움에 능하고 역습에 강점이 있는 이란은 까다로운 상대다.

경기를 치르기 전에 벌이는 다양한 신경전도 플레이 못지않게 거북스럽다. 이란은 언론에 훈련을 공개하는 법이 없다. 비공개 훈련이야 경기를 앞둔 어느 팀이나 취할 수 있는 조치지만, 유독 예민하다. 특히 케이로스 감독 부임 이후에는 유독 그 정도가 더 두드러진다.

8월 27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국내 입국 이후 첫 훈련을 치른 케이로스 감독은 “훈련장 상태가 엉망이다. 한국 팬들이 부끄러워할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29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훈련장 잔디 상태 사진을 올린 뒤 “어떤 상황에 놓여도 우리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고 썼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란 팬들의 여론 몰이에 나선 것이다.

사실 그 훈련장은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다. 그래놓고도 모든 탓은 주최국축구협회에 돌렸다. 의심도 엄청 많다. 혹시나 우리가 훈련을 몰래 지켜볼까싶어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통역도 이란에를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원했다. 훈련일정은 수시로 바꾼다. 훈련에 들어가면 경기장 주위를 돌며 살핀다. 스파이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래서 불빛만 보이면 노이로제에 걸린 환자처럼 행동한다. 훈련 중 경기장 관리 사무소 불이 켜진 것만 보고도 몰래 숨겨 놓은 카메라 촬영을 의심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얍삽한 행동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란 혼자만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뿐이다. 매스컴을 상대로 ‘밀당’도 잘 한다.

이란은 29일 오후 6시 파주스타디움에서 훈련이 예정됐지만 두 시간 전 갑작스럽게 훈련 취소를 통보했다. 이어진 오후 7시30분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케이로스 감독이 인터뷰에 나섰다. 예정보다 30분가량 늦게 진행됐다.

그는 “경기장에서 한국 기자들이 기다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인터뷰를 갖게 됐다. 나는 한국기자들을 존중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에게는 경기 이전의 다양한 신경전마저도 승리를 위한 전략이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하는 이란을 만나면 번번이 졌던 마당에 속이 빤히 보이는 언론 플레이까지 펼치니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밉상이 따로 없다.

다행히 우리의 대응은 어른스럽다. 케이로스 감독이 펼치는 신경전에 상관없이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래도‘할말은 하는’신태용(47)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이 훈련장에 불만을 늘어놓자 “우리가 이란 원정을 갔을 때 고생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나. 감사하게 지내다가 이란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점잖게 대응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