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 바로 옆에 다른 車 있으면 차선변경명령 내려도 무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경기 화성서 자율주행차 시험장 ‘케이시티’ 착공식-주행 시연회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30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장인 ‘케이시티(K-City)’ 착공식과 자율주행차 주행 시연회를 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아래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참석해 자율주행차(위쪽 사진) 주행을 직접 체험했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30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장인 ‘케이시티(K-City)’ 착공식과 자율주행차 주행 시연회를 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아래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참석해 자율주행차(위쪽 사진) 주행을 직접 체험했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고속도로 위에서 시속 80km로 달리는 자동차에 탄 기자. 갑자기 앞 차량이 왼쪽으로 급히 차로를 변경했고, 눈앞엔 시속 30km로 달리는 또 다른 차가 나타났다. 빨리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추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급박한 상황. 그런데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도 차량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무사히 멈춰 섰다. 기자가 탄 차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카메라, 라이다(LiDar)를 탑재한 무인 자율주행자동차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은 30일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장인 ‘케이시티(K-City)’ 착공식을 열고, 자율주행차의 주행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가 직접 타 본 자율주행차는 자동차안전연구원 내에 마련된 주행시험장의 고속주회로(5km)를 10여 분간 달렸다. 자동차는 최대 시속 80km로 달리며 고속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9가지 돌발 상황 시나리오에 대한 시험주행을 했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이 핸들에 장착된 ‘크루즈(CRUISE)’ 버튼을 누르자 자율주행차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고속도로 정체 상황을 재현하고자 자율주행차의 앞 차량이 시속 0∼30km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자 시속 80km로 달리던 자율주행차는 전방 차량을 인식하고 충돌은 물론 급정거도 없이 주행했다. 앞 차량이 다시 속도를 높이자 자율주행차 역시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앞 차량이 급정거 후 차로 변경을 한다거나, 곡선 구간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저속 주행하는 차량이 갑자기 나타나는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차는 큰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주행했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이 좌측 방향키를 내려 차로 변경 명령을 내렸는데도, 자율주행차는 바로 앞과 왼쪽 차로에 바싹 붙어 있는 다른 차량 2대와 추돌할 위험을 감지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곧 왼편의 차량이 속도를 늦춰 뒤로 물러나자 그제야 조심스레 차로를 변경했다. 연구원은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가 전방 80m 앞 물체까지 감지하고 그 물체가 사람인지, 트럭인지, 일반 승용차인지를 인식한다”며 “차로의 실선과 점선은 물론, 곡률도 등도 스스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시연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자율주행차를 시승했다. 김 장관은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차는 매년 4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교통사고를 줄여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인 케이시티의 착공식도 열렸다. 케이시티는 기존 교통안전공단의 주행시험장 안에 총 11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하게 될 자율주행차 지원 시설이다. 세계 최초 자율주행차 전용 실험도시인 미국 엠시티(M-City)의 장점을 살리면서 버스전용차로, 주차시설 등 국내 도로 환경을 반영해 실제 도로와 시가지 상황을 그대로 재현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모든 구간을 구축하고 나면 국내·해외 자동차 업계와 대학 등이 기술 개발을 위한 장소로 이곳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된다.

홍윤석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자동차센터장은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단계의 자율주행차는 2025년경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후 케이시티에 날씨 변화 등의 돌발 상황을 실험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 실험단지로 만들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화성=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자율주행차#케이시티#자동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