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선족 여직원의 두 얼굴…바로 옆에서 대화하면서도 현금 ‘슬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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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중국동포 출신 김모 씨(46·여). 한국을 찾는 중국동포들이 늘면서 여행사도 갈수록 바빠졌다.

2012년 김 씨는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을 판매할 직원 한 명을 새로 뽑았다. 중국동포 A 씨(37·여)였다. A 씨는 일이 많을 때 밤늦게까지도 혼자 일하는 성실한 직원이었다. 김 씨가 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땐 병간호를 맡기도 했다. 주위에 “직원을 참 잘 뒀다”는 소문까지 났다.

가족 없이 혼자 살던 김 씨는 A 씨를 친동생처럼 느껴졌다. 수입이 크게 줄어 자신의 급여를 챙기지 못해도 A 씨 급여는 거르지 않았다. 2013년 A 씨가 돈이 없어 한국 국적 취득에 어려움을 겪자 김 씨는 자기 집을 담보로 맡기고 빌린 돈으로 A 씨를 도왔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사장과 직원이었다. 하지만 A 씨의 본모습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김 씨를 언니처럼 따르며 여행사 업무를 자신의 일처럼 여기던 A 씨 모습은 치밀한 ‘연기’였다. 김 씨의 마음을 얻은 뒤 여행사 돈을 훔치기 위한 목적이었다.

3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약 200회에 걸쳐 1억 원 이상의 여행사 돈을 훔친 혐의(업무상횡령 및 상습절도)로 수사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훔친 돈을 백화점과 강남 피부숍 등에서 사용했다. 백화점 직원 B 씨는 “A 씨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즐겼다”고 말했다.

A 씨의 범행은 취업 1년도 안돼 시작됐다. 항공권을 판매한 뒤 장부를 조작하고 수수료를 챙겼다. 중국동포를 상대로 한 여행사가 주로 현금 거래를 한다는 점을 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범행은 대담해졌다. 바로 옆에 앉은 김 씨와 대화하면서 책상서랍에 있던 5만 원권 현금다발을 슬쩍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수십 회 포착됐다. 양말 속에 돈을 집어넣고 화장실에 간다며 엉거주춤 걷는 모습도 보였다.

A 씨의 범행은 한 손님이 “돈을 보낸 계좌번호가 다르다”는 말을 김 씨에게 하면서 발각됐다. 그러나 A 씨는 “큰 돈을 한 번에 가져간 적 없다. 조금씩 필요할 때 생활비로 가져가 썼을 뿐”이라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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