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상상력을 혁신으로 바꾸는 4차산업혁명… 소프트웨어 교육 없인 미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INTERVIEW]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60)은 소프트웨어 교육 전도사다. 정부가 내년부터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나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20곳을 선정해 중점 지원한 것은 그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일할 때 기초를 놓은 정책 덕분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이스라엘이나 에스토니아 등의 국가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해 구상한 아이디어가 기반이 됐다.

윤 원장은 정부와 기업, 학계를 두루 거친 국내의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기술고시 합격 후 공직에 몸담았다가 KT 부사장을 거쳐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소 교수,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등을 역임하는 동안 그의 화두는 줄곧 ‘미래’ ‘혁신’이었다.

ICT 전문가로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국내외 초청 강연이나 포럼 참석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윤 원장을 25일 만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왜 소프트웨어인가.

“1, 2, 3차 산업혁명은 기본적으로 원재료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과 관련된 것이었고 여기에 필요한 것은 증기와 전기의 힘이었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이란 한마디로 머리 속 상상력을 거대한 혁신으로 바꾸는 것이다. 상상력이나 창의력, 도전정신 같은 소프트파워가 중요한데 상상력을 논리적으로 구현해내는 수단이 바로 소프트웨어다. 그리고 이를 물리적으로 현실화하는 게 3D프린팅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프트웨어와 3D프린팅에 노출되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의무 교육을 실시하는데.


“2013년 3월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으로 첫 출근을 한 날 간부회의를 소집해 ‘미래부의 목표는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에 중독돼 가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쳐 게임 개발에 미치도록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 다음 교육부 관계자들을 만나 ‘초등학생부터 소프트웨어 의무 교육을 하자’고 제안했더니 ’교육에 대해 뭘 아느냐‘면서 협조해 주지 않았다. 그러다 그해 12월 당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월 첫째 주를 소프트웨어 주간으로 선포하면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실시한다고 했다. 그때서야 교육부의 태도가 바뀌었다. 소프트웨어 담당 교사 양성 및 교재 개발 등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실시한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2015년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를 신설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20곳을 선정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아직은 이르지만 현재로선 이들 대학으로선 학생들을 유인하는 좋은 수단을 갖게 된 것 같다. 처음 의도한 목표는 가령 이들 대학에서 바이올린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배운 학생이 바이올린 곡에 맞는 피아노 반주를 자동으로 해주는 장치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목표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인가.

“코딩과 컴퓨터적인 사고다. 가령 세종문화회관을 건설할 때 벽돌 쌓는 일을 코딩에 비유할 수 있다면 컴퓨터적인 사고란 그보다 더 중요한 설계 기법을 말한다.”

벽돌 쌓는 일까지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는가.

“벽돌공은 가령 인도 사람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벽돌을 쌓으면서 직접 집을 지어보는 경험을 쌓아야 더 멋진 건축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코딩도 컴퓨터적인 사고를 숙련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코딩만이 아니라 훌륭한 설계를 하는 데 필요한 좋은 상상력을 기르는 방법까지 가르쳐야 한다.”

상상력을 기르는 데는 암기 위주의 현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 외에 인문학적인 소양이나 사고도 필요한 것 아닌가.

“과거엔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이 컴퓨터를 전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학부에서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학생을 받아들이는 로스쿨처럼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전문대학원을 만들어 다양한 전공자들을 입학시켜야 한다. 미술이나 음악, 문학, 물리학 등을 전공한 학생들의 생각에 소프트웨어 불꽃을 튕겨주면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학문 간 융·복합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미국에는 실리콘밸리와 그 안에 스탠포드대학이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업 수출국인 네덜란드 와게닝겐시에는 세계적인 식품·생명기업 170곳의 본사나 연구소가 밀집한 푸드밸리와 와게닝겐대학이 있다. 이 대학의 중심은 ICT 학과다. 또 스탠포드대학의 바이오엑스 프로젝트는 다양한 학문 융합의 모범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는 의과대학이 중심이긴 하지만 토목공학, 나노 등의 학문도 함께 참여한다. 스탠포드대학은 ICT 다음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는 헬스 분야를 선점하려고 이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융·복합이나 혁신을 이끌어줄 세계적인 석학도 유치해야 할 것 같은데.


“그 점에 관한 한 싱가포르가 가장 부러운 나라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5만3000달러를 넘은 선진국이지만 이 나라의 진정한 강점은 외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든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의 카이스트라고 할 수 있는 난양공대의 경우 박사과정 학생의 70%가 외국인이다. 파격적인 대우로 외국의 석학을 매년 영입하면서 해외 우수 인재도 함께 데려온 결과다.”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나라는?


“19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산림 외에는 아무런 자원이 없는 인구 130만 명의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소프트웨어 입국 정책을 편 결과 이제는 세계가 감탄하는 창업 대국이 됐다. 2003년 이 나라에서 창업한 세계 최대의 인터넷전화회사 스카이프가 2005년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에 26억 달러(약 3조원)에 팔린 이후 창업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10대 때 컴퓨터를 접한 토마스 핸드릭 일베스 전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유대인의 평균 아이큐(IQ)는 94인데 우리는 홍콩 다음으로 높은 105라는 조사도 있다. 그만큼 우리 젊은이들의 잠재력이 크지만 이스라엘과 한국의 교육의 차이가 현재의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전 세계인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 자신 만의 역량을 찾으라고 강조하는 이스라엘 교육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또 공무원이 되려고 5수, 6수를 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그 에너지를 이스라엘 청년들처럼 해외로도 돌려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그는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의 속도는 엔진, 차량 무게, 타이어, 도로 조건, 신호체계 등이 결정한다. 4차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엔진에 해당하는 게 R&D 역량이다. 또 차체 무게는 규제 완화, 타이어 압력은 창의적인 교육, 도로 조건은 금융, 신호 체계는 기업가 정신에 각각 해당한다. 다섯 가지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우리로서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1957년 생. 항공대 항공통신공학과 졸업. 기술고시에 합격한 후 1980년 체신부 사무관을 거쳐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로 옮겨 e비즈사업본부장(상무), 마케팅기획본부장(전무), 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9년 KT를 떠난 이후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을 거쳐 연세데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를 지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으로 일했다.

저서로는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 ‘이매지노베이션’ 등이 있고, 역서로는 이스라엘 경제성장의 비밀을 파헤친 ‘창업국가’가 있다.
윤영호 전문기자 yyoungho@donga.com
#에듀플러스#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4차산업혁명#소프트웨어 교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