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창조과학’ 논란, 중소·벤처기업계 “종교 때문 바이오 배격?”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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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30일 1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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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종교계와 과학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당초 지명을 환영했던 중소·벤처기업계에서도 논란이 계속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진 교수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박 교수는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학자이자,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 온 학자”라며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장관으로서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혁신적이고,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박 후보자의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활동 이력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1981년 설립돼 국내 공교육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도록 커리큘럼을 바꾸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창조과학은 기독교적 근본주의 시각에서 성경에 쓰인 창조론이 과학적 근거를 갖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장관 내정자 검증에 종교 활동과 관련된 부분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이 단체(한국창조과학회)의 이사로 활동한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종교관이 문제된다면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박 후보자의 해명을 듣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도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자로서 창조론을 믿는 게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창조과학을 연구한 적도 없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박 후보자의 해명과 다르게 지난 2007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교육, 연구, 언론, 법률, 기업,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라고 창조론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사진=한국창조과학회
사진=한국창조과학회

이에 종교계와 과학계는 엇갈린 입장이다.

기독교 관련 단체는 ‘종교의 자유’를 거론하며 박 후보자를 옹호했다. 김오현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 연구소장은 “개인의 양심과 신앙에 따른 창조과학 활동은 장관의 업무능력 및 수행 여부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업무와 창조신앙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다. 개인적인 신앙을 문제 삼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과학계의 반응은 차갑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뜻이다. 나는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매우 위험한 학자들이라 여긴다”라고 밝혔다.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도 “종교 활동으로 신앙을 가지는 것과 종교와 신앙의 논리로 세상을 영위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며 “문재인 정부의 과학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저열한 게 아닌가 하는 절망감마저 몰려든다”라고 비판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소·벤처기업계의 입장도 난감하게 됐다.

박 후보자 지명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는 논평을 통해 박 후보자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박 후보자를 “한국경제가 직면한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과 벤처창업생태계 환경 조성에 있어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벤처기업협회 역시 “혁신적인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과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선순환적인 벤처 생태계 구축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자 중소·벤처기업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중기업계 관계자는 “창조과학이 논란이 되는 것은 신앙을 넘어 과학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라며 “종교적 신념과 과학자의 소신을 구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자칫 박 후보자의 종교적 신념과 배치되는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가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거나 배격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며 “그런 신념이 인사권에서도 나타날까 우려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 후보자는 1968년 부산 출생으로 해운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포항공과대학교(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미국 미시시피주립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현재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이사와 포항공대 산학처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 24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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